野“김만배-권순일 재판거래” 與“논리 비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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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권순일 전 대법관.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권순일 전 대법관.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 전후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집무실에서 8차례 만난 것을 놓고 여야는 1일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권 전 대법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무죄 판결을 주도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지사를 구하기 위한 재판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날 대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김 씨는 이 지사 사건의 이해관계인이도 하다. 만남이 부적절하지 않냐”고 묻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이해관계인이라면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김 씨가 전날 “3,4차례를 제외하면 이발소나 후배 기자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다. 재판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전 의원은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9월 이후에는 (김 씨는) 한 번도 대법원에 찾아가지 않았다”면서 “김 씨의 방문 시기를 볼 때 이 지사 사건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시절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김 씨를 최소 8차례 만났다. 특히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합에 회부된 다음 날 김 씨가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권 전 대법관이 김 씨와 한달에 4번을 만났다. 뭐 때문에 만났겠느냐”며 “아무 용건도 없이는 친한 친구도 그렇게 못 만난다”고 했다. “대법관으로, 한달에 4번 자기 방에서 외부 인사를 만난 적 있느냐”는 권 의원의 질의에 김 처장은 “저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재판 거래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018년에 이 지사가 성남시를 떠나며 권한을 다 내려놓은 만큼 김 씨가 이 지사를 위해 로비해야 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김 처장에게 “소부에 계실 때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달라고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 처장은 “없다”고 답했다. 김 처장은 권 전 대법관과 같이 전합에서 무죄 취지 다수의견을 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권순일 전 대법관 의혹 관련 질의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것은 여당 의원도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권 전 대법관의 처신이 위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수긍하시냐”는 질의에 김 처장이 침묵하자 “그것도 대답하시기가 어렵냐. 망설이실 정도로 어려운 문제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이 지사 사건 심리 당시 (화천대유가 등장하는) 1, 2심 판결문 내용을 파악하셨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권 전 대법관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2심 판결문에 화천대유가 3차례 등장함에도 “요약보고서만 봐서 화천대유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처장은 “권 전 대법관이 재판 이후 아무 근거 없이 돈을 받았다면 사후수뢰죄가 아니냐”는 유 의원의 질의에는 “사회수뢰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하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월 1500만원의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화천대유 관련된 다른 사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분양이나 개발 관련 사업에 대해 김 씨가 권 전 대법관을 찾아와 얘기했을 수 있다”며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이 된 것도 이것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1일 성명을 내고 “전직 대법관 등 고위직 출신 법조인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사태에 대해 특검에 의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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