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방한 득점기계→‘재수 성공’…김준환, KT 선택받았다

김배중 기자 입력 2021-09-29 12:45수정 2021-09-2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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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아, 됐다!’고 외쳤어요. 하하.”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KT에 지명된 김준환(23·가드)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경희대 소속으로 대학농구 1차 대회에서 평균 33.7점을 넣는 등 대학무대 최고의 ‘득점기계’로 군림했지만 ‘미 지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를 택한 그는 이번에 선수가 아닌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자신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다 2라운드 9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KT의 서동철 감독 입에서 “일반인 김준환”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나온 이유다. 그리고 현장을 함께 찾은 어머니 박승애 씨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덩달아 눈에 눈물이 고였다. 처음에는 “안 울었다”고 손사래를 치던 김준환도 “작년에도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분한 마음에 울음이 터졌는데, 이번에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며 씩 웃었다.

지난해 드래프트를 했던 11월과 지금까지의 약 10개월을 김준환은 최정점과 나락을 오간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 대해 “부족해서 지명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문을 뗐던 김준환은 “사실 지명이 안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던 때인데 충격이 컸다. 최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3일 뒤 슛을 지도해준 박진열 선생님과 둘이 술을 마셨는데, 인생의 쓴맛을 봐서 그런지 술이 안 썼다.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해서 태어나서 가장 많이(5~6병) 마셔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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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 뒤인 올해 초 주변의 격려 속에 다시 농구공을 잡았을 때, 다시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운동화끈을 고쳐 멨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잠이 들어도 오전 8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오전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약점이라고 생각한 슈팅과 2대2 능력을 집중적으로 길렀고 강점이라고 생각해온 힘과 스피드도 가다듬었다. 독기를 품고 훈련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서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냐”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지난해의 저에 비해 ‘멘털’이 확실히 강해진 것 같아요. 원하지 않은 경험(드래프트 낙방)이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어떤 상황이든 무너지는 일은 다신 없을 거 같아요.”

프로에 지명된 날 김준환은 ‘역대급’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축하메시지와 연락을 받아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한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게 오전 9시였다고 한다. 전날 오전까지 스스로 ‘취준생’이었다고 표현한 그는 29일 KBL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직장인’ 생활을 시작한다. 김준환은 “작년에는 느껴보지 못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프로라는 수식어가 걸 맞는 선수가 되도록 오늘부터 마음을 다 잡겠다”고 했다.

하마터면 농구를 그만둘 뻔 하다 기사회생한, 범상치 않은 경험을 한 김준환이 프로무대에서 보여줄 농구는 어떤 것일까. 김준환은 “어제 지명 소감에서 ‘10년을 전진하기 위해 1년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끝까지 프로 무대에 남아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일단 농구를 잘 해야 한다.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시기인 중1 여름 방학에 본격적인 엘리트 농구선수가 된 김준환은 중3 시절부터 공격에 눈을 뜨면서 다른 기본기 연마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대학에 와서 수비를 중시하는 김현국 감독에게 호된 질책을 들으며 수비에 눈을 떴고, 또한 드래프트 낙방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농구를 하면서 놓쳤던 여러 부분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준환은 “한 번 세게 맞아보니 농구가 뭔지 알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됐고 다시 공을 잡고는 남들이 독하다 했지만 내가 느끼기에 ‘즐겁게’ 실력을 쌓아왔다. 프로에서 이 모습을 오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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