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가?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전문가 기고]

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광주대 교수·여성정책) 입력 2021-09-30 03:00수정 2021-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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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광주대 교수·여성정책)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다시 뜨겁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여가부 폐지’ 논란의 핵심에는 아직도 잔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와 가부장성이 자리하고 있다. 여가부 무용론 및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인 선동은 성평등을 위한 행정부처의 역할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는 20대 남성의 소외감을 부추기는 양상을 띠면서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성역할로 인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다. 남성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가야 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다. 여성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북어와 여자는 패야 제맛이다”는 얘기를 들으며 ‘똥값이 되기 전에’ 결혼하여 폐경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 했다.

여성의 역할은 여성 인식 개선에 비해 커져가고 있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부부 가운데 45.4%가 맞벌이고 여성의 주당 평균 취업노동시간은 37.1시간으로 남성의 42.5시간의 87%에 달한다. 또 1인 가구가 지배적인 사회가 되었다. 1인 가구 시대에서 육아와 돌봄에 대한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남성이 책임지고 돌봄노동을 여성이 담당하던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 가능하지 않으며, 이 시스템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요즘처럼 청년 이슈가 많았던 적이 없다. 거대 보수정당의 대표가 30대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년의 미래가 불투명하며 대안이 부재하다. 그 책임은 기성세대, 특히 기득권에 있다. 기득권 세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기에 젊은 세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젠더갈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울분이 젠더 이슈로 나타나고 있다. 여가부 폐지론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여성할당제 등은 젊은 남녀 사이에 ‘논란과 분란’을 일으키고 일부 기득권은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다름을 수용하고 합의점을 찾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정한 어른(얼이 큰 사람)의 존재에 대해 묻게 된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얼이 작은’ 어린이를 어른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무를 포기하고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학교는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몸 큰 어린이들을 만드는 스펙훈련소로 탈바꿈했다. 대학은 순위가 매겨지고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 노력을 쏟고 있다. 사교육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학은 지성인이 아닌 기술자를 양성하는 직업훈련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온 것은 기성세대이며 희생자는 청년세대이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미래세대들은 나와 타인이 어울려 사는 삶의 좌표를 발견하기 힘들다. ‘다름’이 사회적 차별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인정과 수용, 인권과 공동체 의식, 즉 ‘인간됨’에 대한 감각 회복을 위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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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젠더갈등, 인종갈등 등 다양한 사회갈등 속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가 성평등 교육이다. 성평등 교육은 나의 인권, 노동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권과 노동권을 함께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성평등 교육은 유아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치마를 입은 분홍색 여아, 바지를 입은 파란색 남아로 각자의 개성을 제한하지 말고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시민의 기초 상식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학교폭력과 스쿨 미투, 청소년의 높은 자살률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은 ‘차별과 혐오방지’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도입해 대응하자. 교사, 학부모 등 교육주체 모두가 성평등 교육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이 성평등 관점에서 보도를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학은 사회인을 배출하기 위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교양교육을 부활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하고 법률적 판단을 하는 일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인권담당관이 해당 부처에 배치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사회의 주도권이 베이비붐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완전히 이관될 때 해결될 수 있다. 근대화 교육을 막 받았던 조부모 세대와 베이비부머인 부모세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MZ세대가 한 지붕 밑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미래가 건강한 세대교체에 달려 있는 이유다. 젊은이들의 미래는 책임질 줄 아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때 밝아진다. 제대로 된 어른을 만들지 못하는 교육은 변해야 한다. 교육은 생각이 다른 집단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방법을 찾는 데 기여해야 한다.

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광주대 교수·여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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