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살리고 정체성 존중하는 대학평가 정착돼야”

이종승 기자 입력 2021-09-30 03:00수정 2021-09-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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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 인터뷰
문승태 교수는 대학 정체성을 존중하는 평가가 있어야만 대학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문 교수는 한국대학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질 때 한국 대학의 ‘서울대 따라하기’가 멈출 것으로 봤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이의신청까지 검토한 후 이번 달에 최종 확정됐다. 전국 233개 대학(일반대 136개교, 전문대 97개교)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고,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 동양대(일반대)와 숭의여대 전주기전대(전문대) 등 52개 대학은 탈락했다.

대학들은 이번 평가에 따른 재정 지원으로 교육 개선, 학생지원 강화,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반면 정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행이 더 강화됐다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적 전개에 따라 대학이 변하려면 자율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6일 진로 교육과 대학 정책의 전문가인 문승태 한국진로 교육학회장(순천대 교수)으로부터 대학 육성을 위한 바람직한 대학평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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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한다면?

“실패한 대학 평가가 하나 더 늘었다. 대학 평가의 목적은 대학의 질적 성장과 대학 경쟁력 강화에 있다. 하지만 2011년부터 3년마다 실시됐던 대학 평가의 결과는 지방 대학 몰락과 대학 자율성 훼손이었다. 이번 평가 역시 한국 대학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하다.”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은 정원 감축과 발전 계획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해서 안도하고 있다. 상당수 4년제 대학이 합격점을 받았는데도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일 년에 수십억 원씩 지원을 받는데 어떤 대학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정부가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없기에 주먹구구식 대학 정책을 수립하고 여기에 대학 평가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평가에 ‘대학은 성장 동력’이라는 시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원 감축이 사실상 정책 목표인 이번 평가는 훨씬 오래전부터 더 강력하게 실시돼야 했다. 왜냐면 2000년 초반부터 학령인구 급감은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그때도 역시 수도권 과밀화가 문제였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대학이 성장 동력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해답은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였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고, 수립했다손 치더라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교육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너무 봤다.”

대학의 자율성 존중과 지역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바람직한 평가 모델은 무엇인가?

“대학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평가 모델이다. 이 모델에는 시장의 시각이 들어가야 한다.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의 개성과 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평가가 정착되면 한국 대학들은 서울대 따라하기를 멈출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서울대나 지방대학이나 비슷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시대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의 올린 공대는 학생 수가 300명 남짓에 불과하지만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세계적 공대로 성장했다. 일본의 기타큐슈(北九州)시는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을 만들고 수도권의 대학까지 불러와 공대 위주의 대학 도시를 만들었다. 기타큐슈시는 버려진 공업도시에서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정한 ‘그린 환경도시’로 탈바꿈했다. 세계에는 대학을 활용해 지역이 회생하고 발전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평가와는 달라서 처음에는 대학도 정부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꼭 넘어야 대학에 기회가 있다. 대학 정체성 확보는 대학 혁신을 바탕으로 한다. 혁신하는 대학만이 개성이 있다. 자신만의 특징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은 지금까지 변화의 무풍지대였다.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왔고 대학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 시대가 변했다.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는 대학을 평가해야 한다. 대학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목표가 다른데 획일적인 평가의 잣대를 적용하면 혁신하는 대학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성 평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정성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대학의 혁신인데… 한국 대학들은 왜 혁신을 못하는가?

“교수 위주로 대학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하려면 교수들의 노력이 필요한데 교수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0년 동안 같은 교재로 수업을 하는 교수들이 퇴출되지 않는 것은 ‘교수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는 시스템 탓이다. 총장과 이사장도 이것을 깰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다시 교육하는 것도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육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이 아무리 요구해도 대학이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립대 총장 선거에 학생과 교직원의 합의를 강조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학 혁신에 도움을 줄까?

“대학 구성원들이 개정안 변경 취지를 이해하고 적합한 운영을 하면 대학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의견도 대학 발전에 중요하다. 또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조직원의 책임감도 공유할 수 있다. 그동안 교수들만 총장 선거에 참여해 대학에 도움이 되는 총장을 뽑았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개정안 통과로 대학에 필요한 총장을 뽑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구체적 비율을 정하지 않아서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총장이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사권, 재정권도 가질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한국진로교육학회장#대학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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