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자료 짜맞추고… 무리한 역사해석, 中 ‘신화속 고대국가’ 역사만들기 공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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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 집중 분석
하나라 유적 ‘100년의 공백’ 생기자 20년만에 재발굴 ‘연결고리’ 채우고
토기무늬-빈공수 명문 해석만으로 中민족 시조-하나라 창건까지 주장
“중국의 선택, 한국 미래와 밀접관련… 中 고대사 만들기에 관심 가져야”

1999년 20년 만에 재발굴이 이뤄진 중국 허난(河南)성 신자이(新砦) 주거지 유적에서 심복관(深腹罐·몸통의 지름보다 속이 더 깊은 토기)과 세발솥 등이 출토됐다. 1979년 1차 발굴 때는 이 유적이 하나라 왕성(王城)으로 추정되는 얼리터우(二里頭) 유적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재발굴을 주도한 주체는 전설상의 왕조로 여겨진 중국 하·상나라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하상주단대공정’ 연구팀. 하나라가 기원전 2070년∼기원전 1600년까지 470년간 지속됐다는 중국 전국시대 역사서 죽서기년(竹書紀年)에 따르자니 하나라 전기 왕성으로 보는 왕청강(王城崗)과 후기 왕성 얼리터우 유적 사이에 약 100년의 공백이 생겼다. 베이징대와 정저우(鄭州)시문물연구소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를 메우기 위해 신자이 유적을 다시 팠다. 결국 이들은 신자이 유적 출토품이 기원전 19세기∼기원전 18세기 중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최근 발간한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에서 고고 자료 등을 통해 신화 속 고대국가를 실제 역사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와 학계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공동 필진 중 한 명인 이유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라 유적임을 증명하는 동시대 문헌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고고자료를 짜 맞췄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996∼2000년 진행한 하상주단대공정 외에도 2001∼2015년 하나라 이전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를 역사적 실체로 다루는 중화문명탐원공정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2002∼2006년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로 편입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공산당 제23차 집체학습에서 고고학계에 중화문명의 우월성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은 “각종 공정들은 중원과 이외 지역들에서 각각 발생한 문명들이 서로 교류하며 형성됐음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이는 중국이 이미 신석기시대부터 통일된 다민족사회였다는 논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학계는 토기 무늬를 근거로 무리한 역사 해석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 사서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중국 민족의 시조인 염제(炎帝)와 황제(黃帝)가 판천(阪泉)에서 전쟁을 벌여 황제가 승리했다는 내용이 전한다. 한젠예(韓建業) 중국 런민대 고고학과 교수는 이를 증명할 자료로 허난성 루저우(汝州)시 옌촌에서 1978년 출토된 토기를 제시했다. 물고기를 물고 있는 새와 전쟁을 뜻하는 돌도끼가 새겨진 토기 무늬가 새를 숭배하는 황제 부족이 물고기를 숭배하는 염제 부족을 제압했음을 뜻한다고 해석한 것. 그러나 배현준 동북아역사재단 초빙연구위원은 “토기 무늬를 근거로 당시 두 부락 사이의 전쟁이 발생했음을 유추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학계가 하나라를 창건한 우(禹) 기록으로 간주하는 빈공수(빈公k·장인 빈공이 만든 곡식을 담는 청동기) 명문도 견강부회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유물의 조성 연대가 하나라 창건 시기에서 약 1000년이나 지난 뒤인 서주(西周) 대로 나타났다. 게다가 명문에는 ‘하늘이 우에게 명하여 땅을 다스리게 하시고 산을 따라 내를 준설하게 하셨네’라는 구절만 쓰여 있을 뿐 우가 하나라를 세웠다는 내용은 없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패권적 애국주의는 자국 우월주의를 불러온다”며 “중국의 선택은 한국의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중국의 고대사 만들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고고자료#역사해석#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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