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돌보는 또 하나의 가족, 국가[기고/권덕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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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수는 2020년 기준 86만 명으로 추산되고, 2030년에는 13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인 셈이다. 치매 치료와 간병에 드는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과 돌봄 부담은 날로 높아져, 최악의 경우 학대, 간병살인과 같은 안타까운 사회문제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9월 21일 추석은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치매극복의 날‘이기도 했다. 4년 전인 제10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치매를 더 이상 환자와 가족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로 선언한 것이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개선하여 치매 의료비와 돌봄 부담을 대폭 낮췄으며, 치매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과 치매안심병원도 지속 확충했다. 전국 256개 시군구마다 치매안심센터 설치를 완료해 분소도 188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전체 추정 치매환자의 절반 이상인 47만 명의 치매환자가 안심센터에 등록되어 다양한 치매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작년 7월 출범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에서는 2028년까지 치매의 원인 규명과 진단, 약물치료제 개발 등의 연구를 추진할 예정으로 빠른 시일 내 치매환자에게 희망이 되는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이러한 치매 정책의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올해 8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3%가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돌봄·지역사회 연계 등의 정책 내실화를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치매안심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선, 지역별로 구축된 치매안심센터가 진정한 지역사회 치매관리의 거점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다양한 치매 관련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과 지역자원과의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 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강화하고자 한다. 치매환자의 가족은 ‘보이지 않는 제2의 환자’라 불릴 만큼 간병 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직면한다. 이들이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직접적인 돌봄서비스 확대, 전문적 상담·교육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치매환자 가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치매환자가 발병 이전과 다름없이, 가족과 함께 살던 곳에서 삶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때이다. ‘치매안심국가’를 완성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함께 온기를 나누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치매환자#또 하나의 가족#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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