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혈세, 카드 캐시백 ‘먹튀 지원금’ 안 되려면[광화문에서/송충현]

송충현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9-25 03:00수정 2021-09-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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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경제부 기자
다음 달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카드 캐시백은 2분기(4∼6월) 월평균 카드 사용액보다 3% 넘게 쓰면 초과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제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지만, 정부는 침체된 내수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후방 지원하기 위해 예정대로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예산 7000억 원이 투입되는 캐시백 제도는 소비를 늘려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마중물’ 성격의 지원금이다. 효과를 100% 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첫째,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성장,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치밀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한쪽에선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다른 쪽에선 나가서 돈을 쓰라고 부추기는 식의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소비를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면 거래 비중이 높은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이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책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캐시백 제도의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꼼꼼한 정책 설계도 중요하다. 2분기보다 카드를 더 쓰기만 하면 월별 10만 원, 최대 20만 원을 돌려받는 인센티브 방식이어서 자칫 ‘먹튀’ 캐시백으로 전락할 맹점이 있다. 호텔이나 여행 상품은 길게는 수개월 전에 예약과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캐시백을 받고 나중에 결제를 취소해버릴 수 있다. 가령 내년 초에 출발하는 여행 상품을 10월에 결제하고 11월에 캐시백을 받은 뒤 위약금을 물기 전 취소하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환불된 결제액에 대한 캐시백을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말 방역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대규모 환불 사태가 발생한다면 일일이 환수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환불이 몰리면 애꿎은 사업자들도 피해를 본다. 민원과 이의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까지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밀한 대책을 설계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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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세금만 쓰고 소비 진작 효과는 없는 ‘맹탕 지원금’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2분기 카드 사용액을 기준으로 더 쓴 만큼 캐시백 혜택이 커지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가족 중 소비 규모가 작은 구성원의 카드로 소비를 몰아주는 ‘소비 몰아주기’ ‘카드 돌려막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소비는 늘지 않고 캐시백 예산만 탕진할 수 있다.

캐시백 제도는 잘 쓰면 소비에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에 대비하지 못하면 7000억 원의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로 설계됐기 때문에 재난지원금과 같은 ‘위로금’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방역 상황과 소비자 행태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시행 시기, 사용 조건, 사용처, 민원 처리 등의 모든 과정에서 허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성긴 제도를 급하게 시행한 뒤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들이 꼼수를 써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국민 탓을 해선 안 될 일이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혈세#카드 캐시백#먹튀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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