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디즈니 ‘라이온 킹’에 실존주의 철학사상이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9-25 03:00수정 2021-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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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철학 수업/메건 S 로이드 외 31인 지음·최지원 옮김/464쪽·1만6800원·서울문화사
이호재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이 다가오고 있다. 11월 12일부턴 월 9900원에 디즈니플러스의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TV로 볼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엔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브랜드는 단연 디즈니와 픽사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토이 스토리, 뮬란, 인크레더블, 겨울왕국…. 셀 수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더 심층적으로 즐길 방법이 없나 생각하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철학자들이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숨겨진 철학적 메시지를 분석한 철학서다. 주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 철학자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애들이나 보는 작품이라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 철학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평가한다. 디즈니 작품에 어른과 아이 모두가 열광하는 데엔 철학적 담론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철학적 여정을 시작할 장소로 디즈니가 창조한 경이로운 세상보다 더 완벽하고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는 서문이 인상 깊다.

예를 들어 디즈니 작품에는 가장이 가족 구성원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가족을 지배·통솔하는 가부장제를 지지했던 영국 사상가 로버트 필머(1588∼1653)와 자녀의 행동 자유를 주장한 영국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로 대표되는 철학적 논쟁이 녹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부주교는 고아가 된 콰지모도를 거둔다. 부주교는 콰지모도를 평생 종탑에 가두고 종지기로 일하게 하지만 콰지모도는 결국 자유를 찾아 바깥세상을 향해 떠난다. 부주교와 콰지모도 사이의 대립 관계는 마치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와 겪는 갈등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라이온 킹’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실존주의가 녹아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아버지를 잃은 귀여운 아기 사자 심바가 초원을 떠돌며 복수를 위해 살 것인지 삶을 즐기며 살지 고민하는 서사는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햄릿’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녀와 야수’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기원전 427년∼기원전 347년)의 동굴 이론이 녹아 있다. 마법에 걸린 뒤 성에 갇힌 야수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그림자만 보면서 살아가는 동굴 속 죄수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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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OTT를 보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책을 읽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한정된 여가 시간에 무엇을 즐길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책과 OTT는 경쟁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다 감동을 받으면 다시 이 책을 열어보고 싶다. 애니메이션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다른 누군가와 애니메이션의 해석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이 많아진다면 책과 OTT는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디즈니#라이온 킹#철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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