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하철역 상가입찰 억대 로비… 서울시의회 상임위원장 수뢰 의혹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9-24 03:00수정 2021-09-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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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강남역·고속터미널역·영등포역 지하도상가 운영권을 재입찰 받을 수 있게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현직 서울시의원과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서울시의회 A 의원과 전직 서울시의원 B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지하도상가 상인회 관계자들도 경찰에 입건됐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시의원 B 씨는 영등포역·고속터미널역·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들로부터 3차례에 걸쳐 총 1억3500만 원을 받은 뒤 당시 서울시의회에서 지하도상가 운영 관련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A 의원에게 34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2019년 6월경 평소 친분이 있던 영등포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 C 씨에게 “현금을 마련해주면 현직 시의원의 도움을 받아 내년에 있을 상가 운영권 재입찰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C 씨는 고속터미널역·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와 돈을 모아 B 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2019년 6월∼지난해 1월 3차례에 걸쳐 총 1억3500만 원을 B 씨에게 제공했고, B 씨는 이 중 약 3400만 원을 A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공유재산 및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하철역 지하도상가는 공공재산으로 분류돼 5년마다 경쟁입찰을 통해 상가 운영자를 모집하도록 되어 있다. C 씨 등은 상가 운영 위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상가 운영권을 재입찰 받기 위해 B 씨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해당 시행령에 ‘지자체가 일반입찰에 부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경우 조례 개정을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시의회에 로비를 하면 재입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입찰 관련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회 대표는 지난해 5월 “B 씨와 C 씨 등이 공모해 사기를 쳤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영등포역과 강남역 지하도상가 재입찰은 모두 불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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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의원은 B 씨로부터 금품을 전달받은 뒤 서울시 관할 부서 공무원과 상인회 대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2019년 8월 열린 관련 상임위에서 서울 소재 20여 개 지하도상가 중 영등포역·고속터미널역·강남역 지하도상가를 언급하며 “그동안 상인들이 상가 조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없으니 (재입찰 관련)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A 의원과 B 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B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청탁 목적인지는 몰랐다. 고소가 접수되기 전에 B 씨에게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A 의원은 또 “B 씨가 ‘모두 짊어지겠다’며 돈을 요구해 오히려 변호사 선임 비용 1000만 원을 줬다”고 했다. B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인회 대표들에게 돈을 받긴 했지만 A 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내가 모두 사용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월 공개한 기초의회 의원 징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8월∼2020년 11월 전국의 기초의원들이 받은 징계 75건 가운데 ‘이권 개입’에 따른 징계는 10건이다. ‘욕설·막말·폭행’에 의한 징계(12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초의회 의원들은 중앙의회 의원들에 비해 비교적 시민의 관심 밖에 있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기초의회 의정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지하철역#상가입찰 로비#서울시의회#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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