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힘 잃고 은퇴한 슈퍼히어로 같아”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9-24 03:00수정 2021-09-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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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엔연설서 돌직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3)이 유엔을 두고 ‘힘을 잃은 채 은퇴한 슈퍼히어로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기후변화, 기아, 문맹 등 국제사회에 산적한 여러 문제에 유엔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은 그들이 한때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잊어버린 은퇴한 슈퍼히어로 같다”며 “각국 정상이 매년 총회를 위해 모일 때마다 ‘올해의 세계적인 불행’ 상을 수여하기 위해 투표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비꼬는 것도,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며 각종 문제에 대한 유엔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선진국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차지하고 있는데도 유엔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 한배에 탔지만 구명보트는 일등석 승객(선진국)에게 먼저 주어졌다”며 코로나19 퇴치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백신부터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18세 이상 인구의 12%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유엔의 주요 회의가 세계 각국의 ‘핫스폿’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또한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세상 누구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 국익이 국제관계를 파괴하고 잔인한 ‘힘의 지배’만 남기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친러시아파가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2014년부터 현재까지 7년 넘게 이어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1만4000명 넘게 사망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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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2014년 평범한 교사가 부패 척결을 주도한 후 대통령에까지 오른다는 내용의 드라마 ‘국민의 종’의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다. 2018년 드라마와 같은 이름의 정당을 창당했고 부패 척결 공약을 내세워 2019년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AP통신은 “전직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주 유엔 총회에서 국제관계에 대해 가장 화려한 그림을 그렸다”고 평가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젤렌스키#유엔연설#우크라이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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