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패와 자존감 저하, 당신의 ‘의지’ 탓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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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박민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교수

최근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유례없이 매우 큰 취업난에 직면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취준생이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서 자신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건전한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님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항상 자신을 비난하고 더욱 소극적이게 되고 위축된다.

위축되고 소극적인 모습이나 행동은 취업실패 및 자신감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취업에 실패한다고 해서 무조건 본인을 탓하고 위축되기보다는 취업 시장의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을 혼동하는 경우도 흔한데, 자존감은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마음인 반면 자존심은 타인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 자존심에 의해서 나의 행동이 좌지우지된다. 즉,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기준으로 해서 나의 행동들을 결정한다.

따라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존심과 자존감을 구분하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존심 때문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황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비현실적인 꿈을 꾸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가능성을 최대로 하고자 다양한 선택을 열어두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 원서를 냈던 곳에 실패했더라도 나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는 하나의 경험을 더 쌓게 되는 것이고 더 한 걸음 나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관련해 현저한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감, 불면, 주의집중 곤란, 대인관계 회피 등의 문제가 나타날 때 ‘자존감이 낮아져서 그래. 의지로 극복해야지’라며 자기 자신을 채근하면서 자신의 약한 의지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취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잠시 동안의 실망은 있을지언정 본인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현저한 기능 저하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즉, 단순히 자존감이 낮아져서 생긴 문제가 아닌 우울증 등이 발생한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취업 실패#자존감 저하#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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