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회부됐다” 사내게시판에 공개…대법 “명예훼손”

뉴시스 입력 2021-09-20 09:05수정 2021-09-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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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가 회사 직원의 징계절차가 시작된 사실을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비·시설관리 업체의 인사담당자였던 A씨는 B씨와 업무 중 마찰을 빚자, 징계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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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측이 징계절차를 시작하기로 하자, A씨는 B씨의 징계를 논의할 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취지의 문서를 건물에 게시하도록 해 40여명의 직원이 이를 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B씨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와 징계사유의 존재에 관한 것”이라며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징계절차에 회부됐다는 내용은 공익에 해당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2심은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징계에 회부됐다는 사실은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적 관심의 대상이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징계가 내려진 후에 공개해도 공익을 달성할 수 있으며, A씨가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과정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이 사건 문서에는 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B씨가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등 징계사유가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징계의결이 이뤄진 후에 공지하더라도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면서 “문서가 게시된 곳은 회사 구성원 외에 협력업체 직원 등 외부인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다.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장소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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