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널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 알았을까”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9-18 03:00수정 2021-09-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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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이은선 옮김/240쪽·1만4500원·다산책방
◇치카를 찾아서/미치 앨봄 지음·박산호 옮김/324쪽·1만3800원·살림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의 스웨덴 원서 표지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과 그의 아들이 좌충우돌하는 일상이 유머러스하게 담겨 있다. 다산책방 제공
아이 없는 시대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 2분기(4∼6월) 0.8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다. 자신의 삶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때 생기는 제약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식이 한몫했다. 아이가 생기면 자신의 삶이 불행해질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쩌면 우리 삶은 아이와 함께할 때 더 충만해지지 않을까. 유쾌하고 애잔하게 부성애(父性愛)를 고백하는 두 남자의 신간을 들여다봤다.

에세이 ‘치카를 찾아서’를 쓴 작가 미치 앨봄(왼쪽)과 그가 운영하는 보육원에 머물다 세상을 뜬 치카가 생전에 함께 찍은 모습. 살림 제공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에서 아들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뀐 경험을 다룬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을 위해 살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다 밤을 새우고, 원할 때면 훌쩍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2010년 아들을 갖게 된 후 그의 삶은 180도 변했다. 잠들지 않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온갖 재롱을 떨고 아들이 언제 ‘응가’를 할지 애태우며 하루를 보낸다. 뜨거운 젖병에 손을 데이고, 잠이 부족해 편두통을 앓기도 한다. 한밤중에도 몇 번씩 깨어나 아들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잠을 청한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불행해진 건 아니다. 그는 돌을 갓 지난 아들이 아이패드 암호를 풀었다고 주위에 자랑한다. 오디오 볼륨을 높이는 법을 알아낸 아들이 천재라고 생각한다. 가장 안전한 카시트를 사려고 판매원을 달달 볶는다. 나보다 아들을 더 사랑하고, 아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남자들은 모두 자기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하지. 하지만 너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미국 작가 미치 앨봄이 쓴 에세이 ‘치카를 찾아서’를 읽어보면 친자식에 대해서만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2010년 아이티 지진 직후 아내와 함께 아이티로 건너가 보육원을 운영했다. 이곳에서 우연히 치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만난다. 치카는 태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지진을 겪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았다. 엄마는 죽고 아빠는 어린 딸을 버렸다. 저자는 치카와 함께 지내며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고 잠도 잘 자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살던 자신의 삶에 행복이 찾아온 사실에 그는 놀라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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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비극이 닥친다. 치카가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은 것. 그는 아이의 병을 고치려고 동분서주한다. 치카를 미국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지만 치료법을 끝내 찾지 못한다. 좌절하는 그의 곁에서 치카는 죽음을 맞는다. 그는 일곱 살 치카의 주검을 껴안고 고백한다. 너를 만나 행복했고, 영원히 마음속에 널 간직하겠다고.

두 작가는 아이를 키우고 보살피느라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줄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난 이들은 충만함을 느꼈다. 삶은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랑할 만한 누군가를 찾았을 때 더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들은 말하는 것 같다. 아이가 사라지는 시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이런 행복 아닐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행복#사람#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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