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강간·살인’ 1심 무죄·면소…법원 “증명 안됐다”

뉴시스 입력 2021-09-17 13:14수정 2021-09-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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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2년 전 골프장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강간치사’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이 남성에게 공소시효가 폐지된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살인의 고의 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강간 신고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때렸다는 것을 넘어서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살해) 공모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특수강간, 강간치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 결정을 내렸다. 이 혐의들 역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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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999년 7월6일 서울 강남 소재 골프 연습장에서 피해자 B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제3의 인물인 C씨가 운행하는 승용차를 자신을 데리러 온 차량으로 착각해 탑승했고, 이후 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그대로 차량을 몰아 인적이 드문 골프연습장으로 데려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목격자 진술도 분명하지 않아 장기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12월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DNA와 별건으로 수감 중이던 A씨 DNA가 일치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당시 다른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뒤늦게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공소시효가 쟁점이 됐다. A씨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공소시효 적용을 받지 않지만,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치사’ 혐의만 적용되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해치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에 검찰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었고, 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중 뒤늦게 과학 수사로 피고인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며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고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살인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은 (유일한 목격자인) 증인 김모씨의 의견에 상당히 의존했는데, 김씨 진술은 다소 모호할 뿐 아니라 사건 발생으로부터 20년이 지난 후라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건 직후 김씨에 대한 진술조서는 현재 분실돼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반면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는 “성관계 장소, 성관계 이후 정황에 관한 주요 부분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자신이 B씨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와 성관계 직후 C씨와 B씨를 주차장에 내려준 후 홀로 차량에 탑승해 주차장 밖에서 기다렸다는 등의 진술도 했다. B씨를 사망에 이를 정도로 폭행한 인물이 누구인지 등이 모호해진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은 검사가 제시해야 하고, 피고인 변소가 불합리해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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