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중국판 리먼 위기 오나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9-17 03:00수정 2021-09-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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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커서 무너질 수가 없다.” 작년 10월 홍콩의 한 경제지는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그룹 관련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할 경우 파장이 너무 커서 정부가 손놓고 볼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11개월이 지난 지금 헝다가 ‘중국판 리먼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실 부동산 채권에 투자했다가 2008년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에서 따온 말이다.

▷작년 말 헝다그룹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50조 원)으로 올해 7월 한국 국가채무(914조2000억 원)의 38%나 된다. 중국 280개 도시에 870여 개 아파트 단지를 짓고 전기차, 리조트, 스포츠 사업에 진출하는 자금을 금융권 차입에 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내년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국민 불만이 큰 부동산 시장 과열을 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돈줄을 조이자 자금난이 심화돼 파산설이 돌고 있다.

▷쉬자인(許家印·63) 헝다그룹 회장은 재작년 가을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때 시 주석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오른 대표적 ‘홍색 자본가’다. 유명 축구클럽 ‘광저우 헝다 구단’을 2010년 인수한 게 축구를 좋아하는 시 주석 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 권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허난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마오쩌둥 사후 문화혁명이 끝나자 국가보조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1997년 광저우에 헝다부동산을 열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헝다 사태는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력의 지원을 받으며 차입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사업의 위험성을 누구나 알지만 ‘별일 있겠어’ 하는 식으로 넘어가다가 현실로 닥치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준 중국과 해외의 금융회사들은 헝다의 자금난이 심화하는데도 ‘설마’ 하다가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투기단계로 떨어뜨리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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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 1위 부호에 올랐고 작년에도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에 이어 3위 부자 자리를 지킨 쉬 회장의 운명 역시 풍전등화다. 쉬 회장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이 없었다면 헝다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덩의 실용주의 노선이 급속히 힘을 잃고 공산당 통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의 ‘중국식 시장경제’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문혁 이후 성장한 개혁개방 세대가 중국의 경제무대에서 빠르게 퇴장하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헝다그룹#중국판#리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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