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반도체 ‘자급자족’ 나선다… “경쟁 넘어서 기술 주권에 관한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6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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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단순 경쟁을 넘어서 기술 주권에 관한 문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 시간) 유럽의회서 국정 연설을 통해 유럽 반도체 시장을 되살리겠다며 이와 같이 강조했다. 반도체 생산기지인 아시아서 반도체 수입 비중을 줄이겠다는 방침으로, 반도체 생산 주권 선언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 전환과 첨단제품 생산을 위한 반도체 주권 사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연설을 통해서 “유럽 반도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앞서 올해 3월 향후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을 담은 ‘2030 디지털 컴퍼스’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한 EU 차원의 지원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반도체 지원법안 제정 목표와 관련해 ”반도체 생산을 포함하여 최첨단 유럽 칩 생태계를 공동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산업 강국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EU 소속 19개국은 반도체 제조기술 구축과 기업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위해 자금을 조성하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유럽 반도체법이 제정되면 해당 자금을 투자할 반도체 산업 영역과 지원 방식 등이 정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반도체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도체 부문 아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아시아 수급 의존도를 낮춰 이후 공급대란이 일어나더라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80% 이상을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유럽선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고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 전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도체 자급자족이 인식이 커졌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반도체 물량 확보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기업간 경쟁 등까지 벌어지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2030년까지 디지털경제를 중심으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EU로선 안정적인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서라도, 자급자족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내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전체 제조업 생산라인 가동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며 반도체 자급자족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비용의 40%까지 환불 가능한 투자세액공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시 최대 3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도 지급키로 하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중국도 미국 견제 속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투자에 이어가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중국의 대형 반도체 업체 성장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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