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결국 ‘골목상권 사업’ 손 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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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최근 지적은 강력한 경종”
택시 유료호출 폐지-꽃배달 철수
5년간 상생기금 3000억 조성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가 모인 전체 회의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발표문을 공개했다. 카카오는 정보기술(IT)을 통한 혁신과 이용자들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자의 택시 배차 확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유료 서비스 ‘스마트호출’을 전면 폐지한다. 꽃, 간식 배달 중개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미용실, 네일숍 예약 플랫폼인 카카오헤어샵에 대해서는 자회사가 보유한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앞으로 5년간 계열사와 함께 30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른바 ‘금산분리’ 규정 위반 논란을 빚은 카카오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이나 인재 양성 같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은 이날 발표문에서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카카오에)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지난 10년간 추구한 성장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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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상생협력방안’ 발표

카카오가 서둘러 일부 사업 철수 계획 등을 담은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한 건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압박에 전체 계열사의 성장세가 꺾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장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고 카카오페이 등 일부 자회사의 신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지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등 카카오 경영진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카카오는 정부와 정치권이 지적한 시장 독점, 골목상권 침해, 지주회사를 통한 사익 편취 및 자녀 승계 의혹과 관련해 각각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모기업 카카오와는 별도로 유료 택시호출 서비스와 일부 사업 철수 방안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 사업자로 올라선 뒤 택시호출료 인상,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도입 등에 나서 논란을 빚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성급하게 이용료를 올리고 고액의 수수료 상품을 도입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을 상대로 한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다른 자회사도 사업 철수를 통해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미용실, 네일숍 예약 앱인 카카오헤어샵이 철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회사가 보유한 카카오헤어샵 보유 지분을 처분하거나 ‘카카오’라는 상표권을 떼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각 계열사는 자체적으로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과 무관한 분야를 파악해 사업을 정리, 조정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에 새로 진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사업은 철수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김 의장의 부인과 자녀들이 근무하며 사익 편취나 불법 승계 우려가 불거진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 의장의 부인과 아들 상빈 씨, 딸 예빈 씨는 전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퇴사하고, 이 회사가 카카오로부터 받는 배당금 등은 미래 인재 교육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김 의장이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김 의장(13.30%)에 이어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사실상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카카오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위반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비금융사인 카카오의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점이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케이큐브가 단순히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관의 사업목적에서) 금융업을 제거해야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그동안 각 계열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일사불란하게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카카오#골목상권 침해논란#소상공인 기금 조성#상생협력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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