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영웅전 완역’ 소년의 꿈, 80세에 이루다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9-15 03:00수정 2021-09-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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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 前석좌교수, 삼국지 이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역 출간
“고드름으로 허기 달래던 시절
작품속 영웅들 보며 희망 키워”
“동서양의 대표 영웅전인 ‘삼국지’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자국어로 완역한 세계 최초의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고 나니 어언 80세 가까이가 됐군요.”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79·사진)는 “수십 년간 가슴에 품은 꿈을 이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삼국지’(집문당)에 이어 이달 1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을유문화사)을 완역 출간했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자 역사가 플루타르코스(서기 46∼120)는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한니발 등 역사 인물 52명의 기록을 영웅전에 담았다. 정치학자인 신 전 교수가 고전 번역에 몰두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6일 동아일보 인터뷰 룸에서 그를 만났다.

“6·25전쟁 직후 너무 가난해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서울 을지로 구멍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고드름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던 그 시절, 두 작품 속 영웅들이 제 꿈과 희망을 지켜줬죠.”

그는 오래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처음 읽은 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열아홉 살이던 1961년 처음 읽고 그때부터 완역의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정치학자가 된 이후에는 틈틈이 13종의 영웅전 판본을 수집해 비교했다. 2007년 번역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교수직 정년퇴직까지 5년간 학교에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집에선 삼국지를 번역했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사 영역본과 대만 상무인서국 출판사 출간본을 각각 원문으로 삼았다.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출판사를 찾는 데도 수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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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간 국내에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지만 이번 신간에는 기존 번역본에 포함되지 않은 한니발전과 스키피오전 등 7편을 추가했다. 고전 연구자들이 정본으로 간주하는 프랑스 자크 아미요 주교(1513∼1593) 판본에 나오는 분절 번호도 반영했다. 그는 “성경을 몇 장 몇 절이 아닌 페이지로 인용하지 않는 것처럼 영웅전 같은 고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번역본 중에는 분절 번호가 달린 게 없어 연구자들이 특정 문장을 인용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로도토스(기원전 484∼425)와 투키디데스(기원전 460∼400)를 포함한 여러 그리스 역사가들 중에서도 플루타르코스의 역사관에 가장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다른 역사가들과 달리 영웅을 신격화하지 않고 인간의 곁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한 인물이다. 그는 영웅이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도, 땅에서 솟은 사람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역사가 부르는 순간에 옳은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도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서 그들을 닮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가 원래 붙인 책 제목은 ‘영웅전’이 아닌 ‘고결한 삶을 산 사람들(Noble Grecians and Romans)의 생애’입니다. 이들이 보인 충절, 우국심, 신의를 통해 지금을 사는 독자들도 고결한 삶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플루타르코스 영웅전#완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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