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부스터샷 논란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9-15 03:00수정 2021-09-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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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부스터샷(백신 추가 접종)에 관한 논란은 도덕적 논쟁에 가까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은 선진국들이 델타 변이의 전파력에 놀라 부스터샷을 서두르자 “구명조끼를 여러 벌 챙기는 동안 백신 빈국은 익사하고 있다”며 이들의 백신 독식에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이번엔 부스터샷의 효과를 놓고 과학적 논쟁이 뜨겁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과학자 등 18명은 최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 기고문에서 “일반인에게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접종 완료 후 시간이 지나면 경증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중증 질환을 막는 효과는 7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지속된다는 것이다. 몸 안의 항체는 줄어도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를 오래도록 기억해 중증 진행을 막는다. 연구자들은 혈전, 심근염,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백신의 희귀 부작용은 2차 접종 후 더 자주 나타나는데 3차 접종을 서두르다간 부작용의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 부스터샷이 강한 면역 반응을 야기하므로, 하더라도 접종 양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신중론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포함해 부스터샷을 밀어붙이는 미국 정부 전문가들과 충돌한다. 미국은 접종 완료 8개월이 지난 16세 이상에게 20일 부스터샷을 개시한다고 발표부터 한 뒤 17일 화이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 절차를 밟는다.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는 건 올 7월 가장 먼저 부스터샷에 들어간 이스라엘이다. 접종 완료 후 5개월이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3차 접종을 하고 있는데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중증 예방 효과가 5, 6배 높았다. 하지만 랜싯 기고자들은 이스라엘의 단기 데이터로는 장기 효과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의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에도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는 나라들은 부스터샷에 기대를 건다. 독일은 이달부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는 이달부터, 영국은 올겨울부터 노약자 대상 3차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칠레 우루과이 태국은 중국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 감염이 확산되자 다른 백신을 이용해 부스터샷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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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샷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면역 체계가 약한 이들에게는 부스터샷을 권한다. 한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백신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난 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을 권고한 바 있다. 부스터샷이 일반인들에게 확실한 이득이 될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부스터샷#논란#도덕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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