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타운,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모든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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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LG아트센터서 막 올린 화제작… 브로드웨이 원작, 첫 라이선스 공연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 재해석
탄탄한 극본에 발군의 연기-가창력… 연대와 사랑 메시지로 공감 끌어내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배우 조형균·왼쪽에서 첫 번째)를 지옥으로 안내하는 헤르메스(최재림·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하 세계를 소개하는 장면. 장례식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재즈풍의 노래와 안무가 포인트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배우 조형균·왼쪽에서 첫 번째)를 지옥으로 안내하는 헤르메스(최재림·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하 세계를 소개하는 장면. 장례식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재즈풍의 노래와 안무가 포인트다. 에스앤코 제공
황홀하면서 서정적인 음악,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 그리고 뮤지컬이 주는 몽환적 판타지까지.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매력들이 ‘하데스타운’에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등 8관왕을 휩쓸었다. 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 뮤지컬’로 미국 밖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으로 18개월간 극장 문을 닫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2일 하데스타운을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가 다시 열렸다.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신화에선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저승에 간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음악으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지상의 문턱에서 ‘뒤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명령을 어겨 홀로 돌아온다. 극중 오르페우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가난한 웨이터로,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추위를 피하려고 스스로 지하세계행을 택하는 인물로 각색됐다. 하데스는 부당계약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광산 운영자이자 자본가로,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라이선스 공연의 관건은 원작의 완성도를 어떻게 재현하고, 관객의 공감을 얼마나 끌어내는지에 달렸다. 국내 프로덕션이 내놓은 이번 무대는 원작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췄다. 1등 공신은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낸 배우들. 국내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장인들이 빚어내는 화음과 연기력은 관객을 지하와 지상으로 끌고 다니며 신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해설자이자 헤르메스 역할의 최재림 강홍석을 비롯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등 출연진이 발군이다. 앙상블의 역동적 군무와 화음도 풍성함을 더한다.

어딘가 묘하게 몽환적인 매력은 포크와 뉴올리언스 재즈를 오가는 음악에서 나온다. 7인조 밴드가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하는데 신화에서 리라(lyra)를 즐겨 연주하는 오르페우스처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다양한 현악기 소리를 들려준다. 트롬본의 기교와 드럼은 흥을 돋운다. 무대 전환은 최소화했다. 원작에선 지하세계로 푹 꺼지는 듯한 하강 무대장치가 있으나, 국내에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장치로 대신했다. 중앙에서 회전하는 턴테이블 무대를 걷는 배우들을 통해 삶의 순환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만큼이나 상상력을 동원해 극을 음미하는 맛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브로드웨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지만 태동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아나이스 미첼은 어려서부터 오르페우스 신화에 빠졌고, 2010년 포크송 앨범 ‘하데스타운’에 이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후 여성 연출가 레이철 차브킨과 함께 추가로 15곡을 작곡했다. 귀에 맴돌던 노래들을 눈에 보이는 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작품에 대해 “연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 성별, 자본에 의해 나뉘고 분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함께 일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국내 무대에선 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덜 부각되는 편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그려진 에우리디케 등과 하데스에 맞서는 오르페우스를 통해 연대를 말한다. 극에서 결말은 신화와 비슷하다. 마치 돌이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시시포스 신화’와도 닮았다. 틀어질 줄 알고, 어긋날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마음을 울린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브로드웨이 원작#하데스타운#첫 라이선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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