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잉대학’으로 혁신 실험 동명대 “수도권大 안 부러운 대학 만든다”

부산=김화영 기자 입력 2021-09-13 03:00수정 2021-09-1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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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 교육’으로 인재 양성
‘두잉교육’의 핵심은 융합
하늘에서 본 동명대 전경. 동명대 제공
“성적 우수자는 수도권 대학에 가라. 앉아서 하는 공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찾고 싶은 학생만 오라.”

이색적인 인재 양성 전략으로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나선 지역 대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학은 영화 제작하기, 고전 100권 읽기, 중국 노래 외워 부르기 같은 수업을 한다. 학생들을 학점으로 줄 세우지 않으며, 학년에 상관없이 어떤 과목이든 들을 수 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뭐든 실행해 보고 실패와 성공 경험을 쌓도록 대학이 4년간 ‘비빌 언덕’이 돼주겠다고 한다. 부산 동명대 ‘두잉(Do-ing)대학’ 이야기다.

● ‘3無 교육’으로 올라운드 인재 양성
‘두잉’은 동명대 전호환 총장이 5월 취임하며 내건 기치다. ‘무엇이든 실행하며 무엇이든 실현해 낸다’는 뜻이다. 전 총장은 “읽기와 말하기, 쓰기 등의 소양을 쌓고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양성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예기치 못한 미래에는 책상머리 공부만 한 청년보다 이런 인재가 더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3무(無)’로 대표되는 4년의 학제가 독특하다. ‘무학점’은 A+에서 F까지 성적에 따른 등급을 나누지 않고 통과(Pass)와 실패(Non-Pass)만 나눈다. 4년 안에 110학점을 채우면 졸업 요건이 갖춰지는데 3년 만에 졸업도 가능하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무티칭’도 있다. 학생이 과목별 멘토가 있는 현장을 찾아 수업과 과제를 수행한다. 거의 학교 밖 수업이다. 79개의 교과목이 준비됐는데, 원한다면 학생이 과목을 직접 짤 수도 있다. 1∼4학년 구분 없이 원하는 수업을 듣는 ‘무학년’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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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명 정원인 두잉대학은 3개 전공으로 나뉜다. 앙트러프러너십(신사업 기획 및 스타트업 전문가 양성), 디지털공연예술(연극 영화 등에 디지털 기술 융합), 유튜브 크리에이터(디지털 콘텐츠 제작) 전공 등이다. 전공마다 3학점짜리 필수 과목이 7개다. 전공선택은 37개인데 △스포츠클라이밍 △명산 등정 △경비행기 조종 △전국 순례대행진 △어부 체험 △고전 명저 읽기 △외국 노래 부르기 등이 포함됐다. ‘재무제표 작성’ ‘1인 1악기 연주’ 등은 모든 전공에서 이수해야 하는 공통 과목이다.

수업은 학문적 지식이 뛰어난 ‘교수님’이 아니라 저마다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멘토쌤’이 맡는다. ‘거위의 꿈’으로 유명한 김인순 가수와 김학수 전 유엔 사무처장, 송대현 전 LG전자 사장, 마장마술 부산 대표인 손창우 한국바이오솔루션 대표 등 30여 명이 멘토 교수를 맡고 있다. 전공별로 1명의 전임 지도교수가 학생들 수업 진행을 총괄 지도한다.

● “두잉, 모든 단과대에 적용”
전호환 부산 동명대 총장(가운데)이 8일 두잉대학의 교육방식과 관련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멘토 교수단과 토크쇼 형태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승헌 슈퍼셀 대표와 정선희 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피아니스트 이용현 씨, 손창우 한국바이오솔루션 대표(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동명대 제공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을 여러 경험을 융합해 기르는 것이 두잉 교육의 핵심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공을 예로 들면 단편영화 1편을 1년 내 직접 만든다. 관련 지식이 적은 학생은 김석원 블루캡 대표의 스튜디오를 찾아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설명을 먼저 듣는다. 김 대표는 영화 ‘1987’ ‘쉬리’ 등에서 음향 총괄을 맡았다.

이후 영화 촬영지를 직접 물색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드론 운용 기술을 멘토(이충조 함께드론 대표)에게 배워 영화 제작에 나선다. 촬영과 견학을 위해 해외 선진 지역을 탐방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이수하면 최소 4과목에서 총 12학점을 딸 수 있다. ‘영상콘텐츠 제작론’ 등 3학점짜리 이론 수업 후 단기간 내 실무 적용이 없는 여느 대학 커리큘럼과 차이가 크다.

두잉대학의 이 같은 시스템을 교내 전체로 확산시키는 게 대학 측의 전략이다. 서종수 두잉대학장은 “공과대생이 4년간 유체역학(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학문) 같은 이론을 열심히 파더라도 기업 현장에서는 사실 큰 도움이 안 된다. 속도와 진동 제어 장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두잉대학의 혁신법이다. 이런 교육을 모든 단과대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점국립대인 부산대 총장을 지낸 전 총장은 “덩치 큰 국립대에 비해 지역 사립대는 단기간 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수도권에서 유학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1이 100이 되는 교육 제공할 것”
서종수 두잉대학장 인터뷰

10일 인터뷰에서 두잉대학의 강점을 설명하는 서종수 학장.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식 습득보다 학교 밖 체험을 중시하며 학생 주도로 전공과목을 짜는 교육은 미국 세인트존스대나 영국 사우샘프턴대 등에서는 이뤄져왔지만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10일 동명대 두잉대학장실에서 만난 서종수 학장(61)은 이 같은 교육실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 학장은 “걱정부터 할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실행하면 성과를 낸다. 그런 발상이 두잉대학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서 학장은 친환경 선박 개발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조선 분야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자신도 학창 시절 모범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부산대 공과대 입학 뒤 육상부에 들어가 단거리 육상선수가 되려고 연습했어요. 해병대 부사관으로 자원입대도 했고요. 졸업 후 탄탄한 직장에 들어갔지만 37세에 돌연 사표를 내고 영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 다양한 도전장을 낸 겁니다.”

서 학장은 이런 이력으로 두잉대학 학생에게 많은 조언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서 학장은 14일까지인 수시모집에서 성적과 경력보단 의지를 평가해 신입생을 뽑겠다고 했다. 그는 “두잉대학이란 진단키트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만 지원하면 좋겠다. 1+1이 2가 아닌 100이 되는 교육을 멘토와 제공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학점이 아닌 패스·논패스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장학금 지급 대상자 선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서 학장은 “과목별 멘토 교수가 통과 여부를 가르고 전담 지도교수가 2차 평가해 내부 등급을 매긴다. 학생에게 이 등급은 공개되지 않으며 졸업 후 기업 등이 요구하면 참고용으로만 제공한다”고 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혁신적인 교육이 어색할 수 있어 전담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서 학장은 설명했다. 서 학장은 “1학년 때 두잉대학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전담 교수가 집중 코치한다.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습관을 들이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족장 같은 인재를 키울 예정”이라며 “두잉대학 출신은 어디에 둬도 생존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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