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저항군 리더의 형 사살… 매장도 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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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지시르 장악한 뒤 찾아내 처형
유족 “시신 썩어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 9·11 20주년에 정부 출범
사망설 알카에다 수장 영상메시지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 뉴시스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 뉴시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리더인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의 친형을 사살한 후 매장도 못 하게 하는 등 잔혹한 보복 행위를 이어갔다. 미국 곳곳에서 9·11테러 20주년 추모 행사가 열린 11일,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을 게양하고 정부 출범을 공식화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저항군의 마지막 남은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 지역의 주도 바자라크를 장악한 후 살레 부통령의 형 로훌라 아지지를 찾아내 처형했다. 이런 사실은 살레 부통령의 조카 에바둘라 살레가 “탈레반이 9일 삼촌을 죽인 후 매장도 못 하게 했다. 그들은 시신이 썩어야 한다고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로이터에 보내면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아프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살레 부통령은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마드 마수드와 손잡고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조직했다. NRF는 탈레반과 맞서 싸웠으나 전투에서 패배했다. 탈레반은 살레 부통령과 마수드가 각각 타지키스탄과 터키로 도피했다고 주장하면서 “아프간 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12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사망설이 돌았던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9·11테러 20주년 기념일인 11일 공개된 영상에서 자와히리는 “미국이 전쟁 끝에 패배해 아프간을 떠났다. 적을 지치게 하라”며 미국을 상대로 지구전을 펼치라고 지시했다. 외신들은 자와히리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영상이 최근의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탈레반#아프간 저항군#사살#판지시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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