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희생 2983명 이름, 4시간 넘도록 한명 한명 모두 불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9-13 03:00수정 2021-09-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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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20주년 美전역 추모 물결
뉴욕 그라운드제로의 헌화 인파… 美 전직 대통령들 추모 9·11테러 20주년인 11일 미국에선 당시 테러가 발생했던 곳들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이 끝난 후 시민들이 추모 연못에 모여들었다.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추모 연못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동판 위에 새겨져 있다(윗쪽 사진).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파트너인 다이애나 테일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아래쪽 사진 왼쪽부터)가 가슴에 손을 얹고 추모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11일 오전 8시 46분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 이곳에서 열린 9·11테러 20주년 공식 추모식 도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각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주요 교회와 성당에서도 종소리가 울렸다. 오전 8시 46분은 20년 전 이날 테러범에게 납치된 항공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에 충돌했던 시각. 추모식 참석자들뿐 아니라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묵념에 동참했다. 서로 부둥켜안는 이들도 있었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 비행사도 동영상 추모 메시지를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이날 오전 추모식에서는 유족들이 차례대로 마이크를 잡고 9·11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2983명(9·11테러 희생자 2977명에 1993년 2월 WTC 폭탄 테러 희생자 6명을 더한 인원)의 이름이 모두 불리기까지 4시간 넘게 걸렸다. 행사장 맨 앞줄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이 왼쪽 가슴에 푸른색 추모 리본을 단 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희생자 이름 낭독은 해마다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리 녹음된 음성을 틀었다.

6차례의 묵념도 이어졌다. △납치된 항공기의 WTC 북쪽 건물 충돌(오전 8시 46분) △남쪽 건물 충돌(오전 9시 3분) △워싱턴 인근 국방부 건물 충돌(오전 9시 37분) △WTC 남쪽 건물 붕괴(오전 9시 59분) △납치된 항공기 섕크스빌 들판 추락(오전 10시 3분) △WTC 북쪽 건물 붕괴(오전 10시 28분) 시각에 맞춰 각각 종소리가 울렸다. 9·11 당시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는 모두 4대다. 추모식 서두에 유족 대표 마이크 로는 “우리가 먼저 떠난 이의 이름을 부를 때 악령이 이 세상에 내려온 듯하던 끔찍한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며 “그러나 그날은 사람들이 평범함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준 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공식 추모식 외에도 9·11테러 20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는 메츠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에 앞서 경찰관, 소방관, 시 공무원들을 초청해 이들의 공로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양 팀 선수들은 모자에 팀 엠블럼 대신 ‘NYPD’(뉴욕 경찰), ‘FDNY’(뉴욕 소방국)라는 글자를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메츠는 평소 상의 가슴팍에 ‘Mets’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날은 ‘NEW YORK’를 새긴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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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맨해튼 남쪽에서는 테러로 무너진 WTC 쌍둥이 빌딩을 닮은 두 줄기 광선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뉴욕 밤하늘을 밝혔다. 관공서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 명소와 광장 등에서는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됐다. 거리 곳곳엔 ‘9·11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미인 ‘Never Forget’ 문구가 걸렸다. 성조기 배지를 단 경찰관이나 소방관 제복 차림의 시민들도 있었다. 우주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날아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셰인 킴브러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와 가족들, 생존자들, 구조대원들에게 우리는 (그날을) 기억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9·11테러를 돌아보며 미국 지도자들은 ‘단합’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밤 내놓은 영상 메시지에서 “단합은 우리의 가장 큰 힘”이라면서 “단합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을 최고에 있게 한다. 우리는 서로와 이 나라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과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9·11테러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11일 섕크스빌 연설에서 “테러 이후 나는 회복력이 있고 단합된 국민들이 자랑스러웠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단합에 관해서라면 그 당시와 지금은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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