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자신감’ 넘치는 정의선 “미래 위해 뭉칩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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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기대 커지며 관심 한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 투 트랙으로 갑니다. 2025년부터 수소차 수요가 많이 늘 것입니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참가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수소차가 빠르게 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전기차와 함께 커질 것이다” “다른 회사들은 경쟁자이면서 함께 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현대자동차의 ‘트레일러 드론’.
현대자동차의 ‘트레일러 드론’.
당시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정 회장의 ‘수소 구상’은 불과 3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내 15개 기업 총수들이 참여한 ‘수소기업 협의체’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고 11일 폐막한 ‘수소모빌리티+쇼’에선 수소 상용차 실물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수소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재계에서는 국내 수소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자신의 인맥과 회사의 역량을 동원해 ‘수소 동맹’ 구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 기술 확보에 집념을 보인 건 역사가 짧지 않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부서를 설치하며 시작된 수소 행보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에 합류하며 가속도가 붙었다.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이 된 2013년에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 전기차인 투싼ix를 선보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자율주행을 시연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 회장의 수소 자신감은 외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수소를 언급하면서 드러난다. 해외 고위 관계자가 현대차를 방문하면 정 회장은 어김없이 넥쏘 시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초 당시 미 에너지부 차관인 마크 메네제스를 만난 자리에서도 수소전기차 넥쏘를 직접 소개하는 등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 정 회장의 수소 경제 행보는 단연 ‘장벽 없는 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회장은 올해 2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수소 연구개발(R&D)에 여러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 3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수소경제 협의회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6월에는 정 회장이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초대해 ‘9월 수소기업 협의체 설립’에 의견을 모았다.

정 회장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잡히자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정 회장과 개인적인 인맥이 있는 일부 총수들은 직접 ‘협의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평소 다른 기업 CEO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온 부분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회장은 수소 투자를 통해 수소전기차뿐 아니라 연료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해 내년 상반기(1∼6월) 개최할 수소 인베스터데이에 정 회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 경제에 있어서는 국내 누구보다 정 회장이 전문가인 만큼 국내에서 수소 산업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현대자동차#정의선#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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