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 북한 김여정 실종(?)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2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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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공된 북한의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 사진에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실종설이 돌았다. AP 뉴시스
10일 오전 제공된 북한의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 사진에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실종설이 돌았다. AP 뉴시스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북한은 늘 미지의 나라입니다. 한국인에겐 더욱 그렇죠.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제공한 철저히 통제된 영상과 사진만으로 기사를 써야 합니다.

최근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은 북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도 그랬습니다. 9일 오전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토대로 언론은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날 공개된 사진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도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점심 즈음부터 김 부부장에 대한 추론이 보도됐습니다. 강경파였던 김 부부장을 불참시키면서 미국에 대한 대화의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부터 시작해 임신설까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10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제공된 영상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그러나 10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제공된 영상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그러다 오후 3시에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영상을 통해 김여정 부부장이 뒷줄에 있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1부부장에서 강등된 이후로 늘 비슷한 위치에 서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제공된 사진 앵글이 전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들어가는 무리 속에도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왼쪽 뒷줄에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들어가는 무리 속에도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왼쪽 뒷줄에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통상 북한의 영상 보도는 오후에 공개되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으면 좋았을 텐데 몇 시간 동안 잘못된 기사가 보도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 사망설과 다를 바 없는 오보였습니다.

지난 1월 12일 제8차 당대회 폐막 이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이미 김여정 부부장은 뒷줄에 위치해 있었다. 노동신문 뉴스1
지난 1월 12일 제8차 당대회 폐막 이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이미 김여정 부부장은 뒷줄에 위치해 있었다. 노동신문 뉴스1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던 모습. 원래 김여정 부부장은 옆으로 피했으나 사진기자가 의도적으로 광각 렌즈로 촬영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던 모습. 원래 김여정 부부장은 옆으로 피했으나 사진기자가 의도적으로 광각 렌즈로 촬영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부부장은 본의 아니게 사진이나 영상에 포착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남북회담 당시에도 우리나라 언론들이 그녀에게 관심이 많아 한국 사진기자들이 프레임에 포함시켰을 뿐 가급적 앵글 밖에 있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열병식에 그녀가 불참했다는 보도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 기둥 뒤 공간에 있었던 건 아닐까요?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오른쪽 기둥 뒤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오른쪽 기둥 뒤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기 전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왼쪽에 자리를 피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기 전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왼쪽에 자리를 피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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