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료 조장” vs “기득권 수호”…전문간호사법에 갈라진 의료계

뉴시스 입력 2021-09-11 08:37수정 2021-09-1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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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 업무가 확대되면 불법 의료를 조장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면허체계를 왜곡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의사단체)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법제화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문간호사를 불법 의료 행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간호사단체)

오는 13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다룬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종료되는 가운데 입법 절차를 저지하려는 의사단체와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간호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일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를 위한 입법예고를 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각 시·도의사회, 전문과목별 의사회·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잇따라 입법 전면 재검토와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의료계 최대 현안이었던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지 못한 터라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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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임원진은 지난달 31일부터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김경화 의협 기획이사는 “개정안에 ‘지도에 따른 처방’이 포함돼 처치, 주사 등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불법의료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간호사가 한의사의 지도 하에 처치, 주사 등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무시하는 입법으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의사의 지시와 지도, 감독 없이 전문간호사 단독으로 환자에 대한 처방, 투약, 처치, 시술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민건강 증진과 보호를 위한 것이냐”면서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경상남·북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등 지역의사회도 지난 9일 양일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개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자의사회도 “개정안은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고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해 보건의료체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며 “폐기되지 않을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결사항전의 각오로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등 전문과목별 의사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전국 대학 수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주임교수와 과장, 전공의들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 내 마취전문간호사 업무범위가 포함된 조항의 삭제 또는 수정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통증·중환자 진료를 제외한 마취 진료를 전면 중단하겠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반면 간호사 단체들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면허체계를 왜곡한다는 의협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고, 전문간호사의 업무가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오히려 범법자로 몰리고 있다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도와 처방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의사이고, ‘지도에 따른’ 또는 ‘지도하에’ 있는 간호사는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어 업무 영역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불법 의료행위 조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다. 또 개정안을 통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는 있지만 전문간호사는 없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계 단체들은 지난 3일부터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지난 7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사가 부족한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의료공백을 메꾸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업무범위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해 오히려 범법자로 몰리기도 했다”면서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또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는 시대적 요구”라면서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문간호사를 불법의료행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불법진료는 의사 부족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정부와 간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를 실현하고 간호사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산하단체인 보건간호사회, 병원간호사회, 마취간호사회, 정신간호사회 등 전문간호사 단체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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