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中경쟁이 분쟁 안되게” 시진핑 “대립땐 세계가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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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 7개월 만에 전격통화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 시간) 전격 통화했다. 2월 첫 통화 후 7개월 만이다.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대만, 홍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줄곧 대립했던 둘은 이날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현안을 공개적이고 직설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경쟁이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할 양국 모두의 책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CBS 등에 따르면 90분간의 통화는 바이든이 요청했다. 그는 중국 관료들이 미국과의 대화에 제대로 나서지 않아 정상 간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하에 통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 또한 “양국 관계를 하루빨리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양국이 협력하면 두 나라와 세계가 이익을 보고 대립하면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송대 시인 육유(陸游)의 시구 ‘산중수복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山重水複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도 언급했다. ‘겹겹의 산과 수많은 물에 가로막혀 길이 없는 듯 보이나 갑자기 버드나무가 무성하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있다’는 뜻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곧 개선될 수 있음을 뜻한다. 기후변화, 코로나19,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최근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미국의 인명 피해를 위로했고 바이든 대통령 또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두 정상의 태도 변화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테러와 혼란으로 국내외의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중국 또한 국경을 접한 아프간의 테러, 마약 위협 등을 우려하고 있다.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이 없고 미 언론 또한 전하지 않았다. 중국이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에 가하는 압박이 ‘인권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미국과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는 중국의 인식차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AFP통신은 “워싱턴과 베이징 간 불일치 목록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또한 시 주석이 ‘미국의 대중 정책이 양국 관계의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했고, 미국이 내정 간섭 수위를 낮춰야 미국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11테러 2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회견에서 “미국이 아프간 문제의 원인이며 테러에 대한 이중 잣대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미국 역시 동맹을 통해 중국을 계속 압박할 뜻을 보이고 있다. 1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 정상은 24일 미 워싱턴에서 최초로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해양안전 보장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담 목적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활동 견제란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이미 퇴임 의사를 밝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임기 말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 또한 “미국 측이 퇴진에 관계없이 ‘와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바이든#시진핑#치열한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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