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아실현 후에야 이타심이 깃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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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센드/스콧 베리 카우프만 지음·김완균 옮김/580쪽·2만2000원·책세상

심리학 교과서에서 흔히 접하는 인간의 ‘욕구 단계 이론’은 욕구의 충족을 피라미드 모델로 설명한다. 의식주와 안전 등 기초적인 욕구를 채우면 그보다 높은 단계의 욕구, 즉 소속감이나 타인의 인정,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을 위해 동기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피라미드 욕구 단계 이론을 보완한 ‘돛단배’ 욕구 단계 이론을 제시한다.

피라미드 모델은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욕구는 계속 만족을 느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비디오 게임처럼 그렇지 않다.

돛단배 모델은 인생을 피라미드 모델처럼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닌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여정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또 인생은 욕구를 충족한 결과보다 그것을 채워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돛단배 모델에서 선체는 안전을 포함해 기초적인 생존의 조건을 말한다. 돛은 인생의 방향성으로 자아실현을 구체화한 탐구정신 등을 뜻한다.

돛단배 모델의 정점엔 ‘초월’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초월(transcend·트랜센드)이란 완전한 자아실현 뒤에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 기여하려는 마음을 뜻한다. 저자는 “건강한 자아실현은 이기심을 초월하게 해주며 자기 자신을 더 큰 전체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면 타인과 사회를 생각하는 이타심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자아실현을 통해 지구의 환경을 탐구하고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이타심을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인간이 되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친 발달을 주의하고 행복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등 7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특히 내면의 다양한 욕구가 충돌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라고 조언한다. 욕구의 충돌에서 느끼는 좌절에서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게 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약점 또한 기꺼이 용서해줄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트랜센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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