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아마존 국내 상륙! 이커머스 지각 변동 일어날까?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9월 1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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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요즘에는 해외 여행을 못 가니 해외 직구가 더 많아졌다며?

네, 맞습니다. 해외 직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 규모가 약 4조 원을 돌파했다고 해요. 이게 얼마나 빠른 거냐면 2018년만 해도 2조 9,700억 원대였거든요. 그러니까 2년 사이에 38% 이상 증가했다는 거죠.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해외에 못 가니 대신 물건이 한국으로 오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미국 직구는 수요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장 폭이 크지는 않습니다. 거래액이 1조 5,0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정도로 늘어난 수준이에요. 그런데 유럽 직구 규모 상승세가 놀랍습니다. 6,000억 원대였던 거래액이 지난해에는 1조 472억 원까지 늘었거든요. 해외에 못 가니 유럽 명품을 많이 들여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중국도 높은 가성비로 주목받으면서 5,000억 원대에서 8,000억 원대로 늘었고요.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직구로 다양한 상품을 쉽게 들여올 수 있는 시대입니다.

2. 그러고 보니 아마존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어? 이미 오픈한 거야?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죠. 아마존이 지난 8월 31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마존 국내 진출은 그간 해외 진출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마존은 그동안 직접 해외에 진출해 서비스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SK텔레콤(이하 SKT) 계열 이커머스 업체인 11번 제휴하는 걸 택한 건데요. 이를 위해 11번가 지분 30%를 아마존에 넘긴다는 얘기도 나왔고요. 물론 SKT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긴 했습니다만…

아마존은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 국가에 진출했는데 현지 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아마존 일본, 아마존 독일 이렇게 독립된 사이트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1번가 안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라는 걸 만들고 그 안에서 아마존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제공=아마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제공=아마존)
국내 물류센터에 물건을 들여놓는 건 아니고 아마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 수천만 개를 국내에서 직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다만 한국어로 서비스되니 일반 직구보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요. 월 4,900원 정기 구독 서비스를 쓰면 무료 배송 혜택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2만 8천 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고 하고요.

배송 기간은 11번가에서는 일반적으로는 6~10일 걸리고, 특별히 분류한 16만 개는 4~6일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상품들은 특별히 따로 분류해서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도록 배송 시간을 단축한 건데요. 물건을 미리 한국과 가까운 미국 서부 지역 물류센터에 옮겨놓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다만 지금은 오픈 초기라 사람들 주문이 많이 몰렸는지, 다들 조금씩 지연되는 상황이네요.

3. 6~10일이라… 당일 배송도 되는 시대인데,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맞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조금 아쉬운데요. 지금은 그저 미국에 주문한 게 조금 일찍 오는 방식이잖아요. 2020년에 처음 아마존 국내 진출 얘기가 나왔을 때는 몇만 개 제품이라도 미리 한국에 들여놓고 빠르게 배송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제휴는 그런 수준은 아니고 직구 배송 기간을 좀 줄이고, 배송비를 저렴하게 하는 수준이니깐 조금 아쉽죠. 여전히 해외 직구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깐요.

요즘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해서 물류센터에 물건을 맡아놓고 주문 처리부터 발송까지 맡아서 하는 형식이 유행입니다. 아마존이 1999년 최초로 도입했고, 쿠팡도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도입했습니다. 11번가도 국내에 이런 풀필먼트 센터를 만들어 아마존 직구에 적용해 상품이 하루 만에 이틀 만에 올 수 있게 했다면 정말 큰 혁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서 아쉽기는 하네요.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출처=셔터스톡)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출처=셔터스톡)

4. 해외 직구는 배송이나 반품 문제 생길까 봐 무섭기도 하단 말이지

맞습니다. 해외 직구를 꺼리는 이유 중 상당수가 배송 중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반품 절차가 골치 아프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때가 많을 겁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영어로 현지 판매자와 소통해야 하잖아요. 저도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어도 통관 걱정, 배송 걱정, 반품 걱정에 구매를 꺼릴 때가 꽤 있어요. 특히 반품할 일이 생기면 정말 골치가 아파지죠. 국내에서는 하루 만에도 반품이 가능하지만 미국에 다시 보내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잖아요? 그런 게 직구 장벽으로 작용할 때가 꽤 있죠. 그런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국내에서 전담 고객 센터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니, 그동안 의사소통 문제나 반품 절차 때문에 해외 직구를 두려워하던 분께 희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5. 월 4,900원만 내면 무료 배송을 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출시했다고?

네 ‘우주 패스’라고 SKT가 내놓은 구독 상품에 아마존 할인쿠폰과 무료 배송 혜택이 들어갑니다. 단순히 아마존과 제휴만을 위한 건 아니고, 구독 시장을 노린 SKT의 큰 그림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구글 원(Google One)이나 웨이브 같은 OTT, 배달 앱 등 여러 가지 제휴 서비스 혜택을 골라서 받을 수 있게 해놨습니다.

SKT의 구독 플랫폼 'T우주' (출처=SKT)
SKT의 구독 플랫폼 'T우주' (출처=SKT)

구독 경제 모델은 원래 넷플릭스 같은 OTT 분야에서 많이 도입했는데,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집마다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걸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정기 배송으로 받아 마시곤 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되겠네요.

연회비를 받는 코스트코 사례도 있고요. 코스트코의 매출 구조를 보면 영업이익이 연회비 수익과 거의 비슷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연회비로 돈을 버는 대신 물건 마진은 안 남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 장점은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라고 하죠. 멤버십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코스트코만 이용하게 되니깐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포함된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 혜택 (출처=네이버 캡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포함된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 혜택 (출처=네이버 캡처)

그래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모두 멤버십 구독에 혈안이 된 거고요. 멤버십 구독을 하면 배송을 빠르게 해준다든지, 좀 더 싸게 해준다든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OTT와 결합하는 사례도 많고요. 아마존도 미국에서는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했죠. 쿠팡도 그 모델을 따라서 쿠팡 플레이라는 걸 만들었고요. 네이버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하면 적립도 더 해주고, 콘텐츠 이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구독 경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커머스 시장에서 구독 경제가 어느 정도 보편화한 시점에서 SKT도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렇게 다들 구독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거든요.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는데, 2016년에 26조 원이었던 시장이 2020년에는 40조 원까지 커졌습니다.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성장할 거란 예상이 나오고요.

6. 11번가는 점유율이 낮지 않아? 아마존이 왜 11번가와 손을 잡았을까?

맞습니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4위예요. 빅3인 네이버, 쿠팡 이베이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4위인데요. 빅3 거래액이 각각 27조 원, 22조 원 20조 원인데 11번가는 3위의 절반 수준인 10조 원대입니다.

아까 미국 직구 시장이 약 1조 8천억 원 수준이라고 했잖아요? 이걸 다 가져온다고 쳐도 이베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과 제휴를 단순히 11번가만을 위한 게 아니라 SKT를 위한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SKT가 아마존이라고 하는 전 세계의 큰 가장 큰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구독 서비스 자체를 키우려는 거죠.

7. 결국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와도 이커머스 시장 판도 자체는 바뀌지 않을 거란 얘기지?

만약 아마존이 10년 전에 들어왔다고 하면 판도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지금은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커머스 이용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물건이 싸거나, 빨리 오는 곳에서 구매를 했다면 지금은 구독 서비스나 멤버십까지도 따져봐야 하니깐요. 다른 커머스에 묶여있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면 그만큼 더 혁신적인 요소나 혜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일 배송처럼요.

출처=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처
출처=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처

아무래도 아마존이 국내에 직접 진출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한 거 같습니다. 아마존 하면 사람들은 상품뿐만 아니라 추천 서비스나 아마존 프라임 같은 멤버십에도 기대를 많이 하잖아요? 아까 말씀드린 이커머스 분야의 구독 모델이 사실 결국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작된 거거든요.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하면 무료 전자책이나 영상, 음악 등 여러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그게 아마존의 가장 큰 매력이거든요. 그런데 물건만 가지고 온다는 건… 글쎄요 아무래도 매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나 싶네요.

물론, 이제 국내에서는 이제 첫걸음을 뗀 상황입니다. 온전히 평가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이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 장을 발표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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