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 뜬다” 저스틴 비버의 새 전성기[죽기전 멜로디/이대화]

이대화 음악평론가 입력 2021-09-10 03:00수정 2021-09-10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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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팝 가수 저스틴 비버는 요즘 ‘피처링 요정’으로 불린다. 그가 참여한 키드 라로이의 ‘Stay’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이대화 음악평론가
요즘 음원 차트를 보고 있으면 ‘내가 알던 그 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팝에 대한 관심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도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의 ‘Stay’가 꾸준히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Stay’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한 곡이긴 하나 같은 조건에서도 국내 성적이 초라한 곡은 무수히 많았다. 유튜브로 시공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케이팝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팝도 언어와 공간 제약이 매우 낮아졌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키드 라로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이 지면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그가 아닌 피처링 파트너 저스틴 비버에 대해서다. 그의 존재감이 요즘 유독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반응만 봐도 최근에 ‘Peaches’가 음원 차트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이 노래를 산악회 아저씨들이 부르는 버전은 조회 수 600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비버는 팝 음악계에서 일종의 ‘흥행 보증 수표’처럼 돼 가고 있다. 일단 그가 참여하면 순위가 올라간다. 디제이 칼리드의 ‘I‘m the One’, 루이스 폰지의 ‘Despacito’, 에드 시런의 ‘I Don’t Care’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그의 팬덤이 움직이기 때문인지, 그의 안목이 훌륭해 될 곡을 잘 고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 거라 생각한다.

저스틴 비버는 왜 이렇게 콜라보를 많이 할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콜라보가 유독 많아진 시점은 특정할 수 있다. 2015년에 잭 유라는 일렉트로닉 댄스 그룹의 노래 ‘Where Are U Now’에 보컬로 참여해 빌보드 8위에 올랐던 이후다. 사실 그 이전만 해도 저스틴 비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악행’이었다. 이웃에게 침을 뱉거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온갖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음악적으로도 정체기였고 차트에서도 예전만 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Where Are U Now’가 히트하자 무언가 느낀 것 같다. 이후로 피처링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비버가 ‘피처링 요정’으로 등극한 데엔 EDM의 인기도 한몫했다. 외부에서 보컬을 초대해 노래를 만드는 일이 흔한 EDM이 그가 피처링 섭외 1순위 이미지를 굳혀가던 시기에 열풍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에 일렉트로닉 댄스 그룹 메이저 레이저의 ‘Cold Water’에 참여해 빌보드 2위를 차지했고, 같은 해에 디제이 스네이크의 ‘Let Me Love You’에 참여해 4위에 올랐다. 그때는 EDM 아티스트들이 팝의 영역으로 들어가고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디제이 색깔을 내려놓고 팝에만 집중해 일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 시기에 저스틴 비버가 열린 마음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비버도 한창 핫한 EDM 흐름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호재를 감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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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가 흥행 보증 수표에 등극했다는 걸 결정적으로 증명한 사례는 빌리 아일리시의 최대 히트곡 ‘bad guy’ 리믹스다. ‘bad guy’는 현상에 가까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9주 동안 빌보드 2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역시 현상에 가까웠던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가 무려 19주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순위를 끌어올리는 최고의 부스터 샷은 리믹스였다. 빌보드가 리믹스와 원곡을 하나로 합산해 차트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때 빌리 아일리시가 소환한 스타가 저스틴 비버였다. 비버가 참여한 리믹스가 발표되자 몇 주 뒤에 ‘bad guy’는 1위에 올랐다. 비버와 콜라보 곡을 발표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그때 음악계 관계자들은 똑똑히 봤을 것이다.

과거에는 비버의 수준으로 잦은 피처링을 하는 게 금기시됐다. 그렇게 산발적으로 자주 노출되면 정작 자신의 음악을 냈을 때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버는 싱글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산발적이면서도 누구보다 왕성하게 히트곡을 내고 있다. 굳이 아티스트 커리어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 것이 지금 시대엔 오히려 히트에 유리할 수 있음을 비버는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꼭 앨범 단위로 굵직한 존재감을 뿜어야만 아티스트답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프로듀서 한 명과 앨범 하나를 길게 물고 늘어졌던 시대에 비해 지금은 훨씬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다. 음악계의 제작 시스템이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졌음을 비버의 새로운 전성기는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대화 음악평론가
#저스틴 비버#피처링 요정#새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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