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로부터 안전” 10년새 64%→49%… “아프간 철군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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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ABC 9·11 20주년 여론조사

미국이 테러로부터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이 사망한 사건 등이 미국인의 안보 자신감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9·11테러 20주년을 앞두고 8월 29일∼9월 1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를 했다. 8일 공개된 조사 결과를 보면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로부터 안전해졌느냐는 질문에 49%가 ‘더 안전해졌다’, 41%는 ‘덜 안전해졌다’고 각각 답했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더 안전해졌다’고 답한 비율이 64%였다. ‘덜 안전해졌다’는 응답은 26%였다. 테러 위협에 대한 미국인의 불안과 우려가 10년 전에 비해 많이 커진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ABC방송 측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미국 내의 정치적 갈등과 미국의 아프간 철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과거 테러 관련 조사 결과들을 보면 미국인의 우려는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다가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이 제거된 2011년 5월 이후로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최근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 미군이 물러남에 따라 극단주의 테러 조직들이 아프간을 중심으로 다시 활개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인 사이에서 상당히 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 피란민 5만 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인 사이에서는 난민을 가장한 테러범이 유입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난달 15일 이후 미국으로 탈출한 아프간인 중 테러단체나 탈레반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된 사람만 100명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9·11테러가 미국을 더 좋게 변화시켰다’고 한 응답자 비율은 33%에 그쳤다. ‘더 나쁘게 변화시켰다’는 응답은 46%였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좋게 변화시켰다’는 응답이 39%, ‘나쁘게 변화시켰다’는 응답이 42%로 엇비슷했는데 이번 조사에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과거에는 테러가 미국인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안보 중요성을 알게 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극심한 이념 갈등과 아프간전쟁 실패 등으로 그런 긍정적 영향마저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탈레반이 강경파 일색의 새 내각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CNBC에 “앞으로 아프간은 많은 경우 최악의 고위급 탈레반 지도자들이 이끌어갈 것”이라면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도 테러 위협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년 넘게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투르키 알 파이살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 미국 무기가 알카에다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테러 세력의 위협 확산을 우려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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