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에 국경없는데…中연예계 정화운동 ‘제2 한한령’ 불똥

  • 뉴스1
  • 입력 2021년 9월 9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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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코레일)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중국 팬클럽 요청으로 그 생일인 1일에 맞춰 20량짜리 KTX 388m 전면에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와 사진을 붙였다.  (한국철도 제공) 2020.9.1/뉴스1
한국철도(코레일)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중국 팬클럽 요청으로 그 생일인 1일에 맞춰 20량짜리 KTX 388m 전면에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와 사진을 붙였다. (한국철도 제공) 2020.9.1/뉴스1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과도한 팬덤 문화를 단속하는 이른바 ‘연예계 정화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운데 K팝스타들에게까지 그 불똥이 튀면서 ‘제2 한한령(한류제한령)’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단속으로 중국 내 K팝 팬덤 활동에 큰 변화가 감지됐다고 보도했다. K팝스타들에 대한 중국 팬층의 직·간접적 지원이 중단되면서 한류 산업에도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국 출신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팬클럽은 지난달 31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러분 중 일부는 알고 있겠지만 정부의 팬클럽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다”며 “앞서 예상했듯이 많은 양의 앨범을 주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려 유감”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는 오는 10일 리사의 첫 싱글앨범 발매를 앞두고 올라온 게시글로, 정부 규제에 따라 인당 구매할 수 있는 앨범 수가 1개로 제한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좋아하는 스타를 지지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중복 구매나 음반 대량 구매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스타의 생일이나 특정 활동을 기념하기 위한 광고, 이벤트 등을 집행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조성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이 역시 ‘불법 모금 혐의’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은 내달 13일 그의 생일을 앞두고 제주항공과 몇달치 광고 캠페인을 계약했으며 다른 광고 집행을 위해 35만달러(약 5억) 이상을 모금한 사실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알렸다.

이를 본 웨이보 측은 “특정 스타를 쫓는 비이성적인 행동에 단호히 반대하며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웨이보는 아이유, 소녀시대 태연,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블랙핑크 로제·리사 등 K팝스타 팬클럽 계정을 30일간 중지했다.

대만 출신 트와이스 멤버 쯔위 팬클럽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팬사이트 명칭 변경 통보를 받기도 했다. 기존 명칭인 ‘TzuyBar’(쯔위바)에서 특정 연예인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담긴 글자 ‘Bar’(바)를 삭제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단속에 ‘K팝스타 옥죄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주한중국대사관은 전날 ‘중국 정부의 칭랑(인터넷 정화운동) 특별 행동 관련 입장 표명’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한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사관 측은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팬덤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는데 각 팬클럽 상호 간 욕설과 비방, 악의적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팬들에게 자금 모금을 강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공공 질서와 양속에 어긋나거나 법률과 법칙을 위반하는 언행만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교류에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는 ‘중한 문화 교류의 해’가 시작되는 해이고 내년은 중한 수교 30주년”이라며 “우리는 한국 측과 문화 교류를 계속 강화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문화 교류 및 협력을 권장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의 이같은 연예계 정화운동은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동 부유’라는 가치를 강조하면서 반독점 행위 단속, 사교육 금지, 게임 규제 등 전방위 단속에 나선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 특유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입과 사교육 과열로 인한 순위 경쟁 등은 기존 체제와 맞지 않는 ‘불평등’을 확산시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공산당 지도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방위 규제는 내년 9~10월 열릴 제20차 전국 공산당중앙위원회에서 3선 연임을 앞둔 시 주석의 일종의 사전 정치 작업으로도 풀이된다. 전례 없는 국가주석 3선 이란 과업을 앞두고 시 주석이 자신의 사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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