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는 건 자신을 돌볼 줄 아는 것… 내 이름을 브랜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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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팟캐스트 진행 직장인들의 조언
80년대생이 어느덧 부장-임원… 여성 관리자들의 위기감 더 커져
커리어 바꿀 때 나이 걱정 그만… ‘언슬조’ 함께 답 고민하는 플랫폼
‘회사에서 나만 그래?’ 책도 펴내

“해당 직무 경험이 없는 관리자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못하고 직원을 애먹이는 경우가 있어요.”(팟캐스트 활동명 이 과장·39)

“이 과장이 한번 부장 돼 봐….”(〃 김 부장·48)

‘김 부장’이 ‘이 과장’에게 던진 한마디에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출연자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 과장이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랫사람한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상사가 더 믿음직하다”고 하자 김 부장도 “맞다. 관리자도 새로 맡은 직무라 모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일이 더 잘 풀리더라”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장이 부장에게 어떻게 이런 ‘직언’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이들은 같은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2018년 2월부터 언슬조를 진행하고 있는 김 부장과 이 과장(본명 미공개), 박 사원(본명 박주현·31), 박 PD(본명 박성미·42)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나이와 직업, 직급이 모두 다른 이들은 2016년 독서모임에서 만나 서로의 고충을 나누다 친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자는 뜻이 팟캐스트로 이어졌다.

“직장 상사의 갑질에 아주 힘들어하던 청취자가 ‘수렁에 빠진 신입사원에게 한 줄기 희망과 같은 방송’이라는 반응을 남긴 적이 있어요. 그런 소감을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껴요.”(박 PD)

3년 반을 넘긴 팟캐스트는 어느새 164회를 맞았다. 이쯤 되면 직장인으로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문제를 다뤘을 법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작자나 청취자의 고민이 계속 바뀐다고 한다. 여성 시니어 직장인의 경우 팟캐스트 초창기에는 남성 위주 사회에서 소수자로 사는 데서 오는 고민이 컸다면 요즘 고민은 ‘80년대생이 온다’가 주류다. 김 부장은 “여성 관리자로 살며 남성 동료들보다 늘 위기감이 컸는데 이제 80년대생 부장이나 임원이 생기니 위기감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신세대 간부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다는 얘기다.

젊은 여성 직장인들의 고민도 바뀌었다. 박 사원은 “또래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 대신 비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쉽게 선택하지는 못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중간 관리자인 이 과장은 “요즘 신입사원들은 텍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 그런지 보고서에 구어체가 마구 등장해 당황스럽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니 지적하지 말자고 생각하다가도 ‘이러다 보고서를 틱톡 영상으로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들은 언슬조가 답을 가진 곳이 아니라, 답을 함께 고민하는 플랫폼이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한 청취자의 고민을 다른 청취자가 해결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

이들은 팟캐스트에 이어 1일 자기계발서 ‘회사에서 나만 그래?’(콜라주)를 펴냈다. 책은 여성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만한 26가지 문제에 대해 나름의 답안을 제시했다. 24일 오후 7시에는 독립서점 최인아책방에서 열리는 온라인 저자 북토크를 통해 독자들과 라이브로 만난다.

요새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 기존 주제가 조직 생활에만 쏠려 있었다면 앞으로는 조기 퇴사 이후 삶이나 싱글 직업인의 모습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조직을 이해하고 있는 방식대로 조직과 사회가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젊은 직업인들을 조금 더 이해해 보려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박 PD)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여성 관리자#커리어#언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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