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 없애면 정권 창출 되나”… 與 “국민 상대로 윽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8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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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 저 하나 그런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됩니까. 저를 국회로 불러주십시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18분간 격정적인 토로를 쏟아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부터 고발장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지 7시간 만이었다. 파장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직접 정면 돌파에 나선 것.

윤 전 총장은 “나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소환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국회) 현안질의가 아니라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비판했다.

● 尹 “나 하나 제거하면 정권 창출 되나”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야 되겠느냐는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제대로 잘 준비해서 하라”고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터넷 매체나 제소자, 국회의원들도 면책특권 뒤에 치사하게 숨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 최근 언론에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표적수사를 했다”고 주장한 인터넷불법 도박업체 운영자 이모 씨(수감 중), 여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어 사건의 핵심인 고발장 작성이나 전달 과정에 개입됐는지에 대해 “상식적인 맥락에서 보라”며 “내가 정상이 아닌 사람이면 몰라도 (고발장) 그것을 야당을 통해 고발해서 뭘 어쩌자는 것이냐. 상식에 맞아야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상적인 자료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국민을 모독하고 사기 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최근 연락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검증을 다 받은 사람”이라고만 답했다.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A 씨에 대해선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되느냐”며 “폭탄을 던져놓고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정확하게 말하라. 과거에 그 사람이 여의도판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기 있는 분들이 다 아시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캠프에서도 정치공작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대응할 것”이라고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캠프를 총괄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개최됐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 1시간 반 전 모교인 서울 충암고를 방문해 야구팀 유니폼을 입은 채 선수들과 함께 교가를 부르고 선수들과 야구공을 던지고 받았다.

●與 “국민 상대로 윽박질러”
송영길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면 되지 국민을 상대로 윽박지르는 태도는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분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며 “증거를 내놔라, 제보자가 누구냐,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하겠다는 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그렇게 반대하던 것과 정반대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드러난 정보를 ‘괴문서’라고 본질을 흐리고 소리를 지르고 ‘국회에서 부르라’며 정치 공세에 다름없는 억지 주장만 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메이저 언론’을 거론한 데 대해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보다 언론 매체의 크기가 신뢰의 기준이 된다는 윤 전 총장의 천박한 언론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솔선수범해 고위공직자수사처 수사도 받아야 한다”고 썼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이경 대변인은 “보도한 언론사를 폄훼하고, 제보자의 신상을 공격했다”며 “메시지로 반박을 못하니 메신저를 공격하자는 뻔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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