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116억원 테러범 장관…탈레반 과도 정부 내각 면면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9월 8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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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몇몇의 소속과 행적은 우려스럽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과도 정부를 이끌어 갈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7일 AP통신,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명단을 공개하며 “내각 구성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단지 ‘대행’ 내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각은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나 여성은 없고, 아프간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 중 탈레반의 기반인 파슈툰족으로만 구성돼 있다.

탈레반이 발표한 내각 명단에 따르면 당초 총리 대행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유력했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 대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총리 대행에 올랐다.

하산은 군사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에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유엔(UN)의 제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탈레반의 창시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친밀한 동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실세로 평가받아온 바라다르는 부총리 대행을 맡았다. 그는 외교를 담당하며 온건파로 알려졌지만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수많은 영국군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를 지휘해 테러 용의자로 분류된다.

FBI 홈페이지 갈무리
FBI 홈페이지 갈무리
내무장관 대행에는 미 정부와 연방수사국(FBI)가 지명 수배 중인 시라주딘 하카니가 임명됐다.

FBI는 그를 체포할 수 있는 정보에만 500만 달러(약 58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으며, 최근 그 액수를 1000만 달러(약 116억 원)로 올렸다.

그는 탈레반의 오른팔 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이며 여러 자살 폭탄 테러, 납치, 감금 등의 범죄를 조직하고 직접 실행한 이력도 있다.

국방장관 대행에는 이번 아프간 점령 작전을 진두지휘한 탈레반 창시자의 아들 무하마드 야쿠브가 맡았다.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자료사진> ⓒ 뉴스1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자료사진> ⓒ 뉴스1
이번 내각 명단에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찾아볼 수 없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이란식 ‘신정일치’와 비슷한 체제를 유지해 최고지도자 아래 총리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쿤드자다는 내각 발표 직후 “아프간의 모든 문제와 통치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통치 방향을 제시했다.

미 국무부는 이러한 탈레반 내각의 구성에 대해 “명단에 탈레반이나 제휴 조직원들만 이름을 올렸으며 몇몇의 소속과 행적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아프간 사람들이 자유롭게 떠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탈레반의 앞으로의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국호를 사용했지만 새 정치 체제의 공식 국가 명칭, 국기, 국가 등은 미정 상태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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