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집 조명 켜고, 가상세계서 분양상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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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비대면 기술’ 개발 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산업 전 분야에서 ‘비대면’이 기본값이 되고 있지만, 적용하기에 쉽지 않은 곳은 있다. 바로 사람이 적극 개입해야 하는 건설 현장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발 빠르게 ‘언택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편리한 주거 환경을 위한 스마트 기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AI를 활용한 차세대 주거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출시한 ‘래미안 홈랩’을 업그레이드한 ‘래미안 RAI 라이프관’을 공개했다. 래미안 RAI 라이프관은 AI·로봇·드론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한 식음·배송 등 생활 편의 서비스와 특화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주차 유도 시스템과 배송로봇, 홈로봇과 얼굴 인식 기능, 홈오피스, 홈트레이닝 공간 등을 구축했다. 해당 기술들의 검증 및 상용화를 통해 래미안의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자체 홈 IoT 시스템인 ‘하이오티(Hi-oT)’ 기술을 힐스테이트 단지에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집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으로 가전기기와 조명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이고 가스밸브, 환기 등 집안 상태도 조회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모듈러 기술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관련 신기술 1건, 특허 11건을 획득했다. 모듈러 공법이란 공장에서 건물의 뼈대, 외장 마감, 내부 바닥, 주방 가구 및 화장실 위생도기까지 모두 설치된 3차원 공간 ‘모듈’을 만들어 이를 건설 현장으로 운송하고, 현장에서는 이 모듈을 단순 설치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건설 기술이다.

DL이앤씨(DL E&C)는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아파트 층간소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디 사일런트 바닥구조’를 완성했다. 자체 개발한 12개의 소음 저감 특허 기술력을 집약하고 구조 시스템부터 건축 재료, 차음재까지 새롭게 검토해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시험실이 아닌 아파트 현장에서 바닥 충격음 성능 평가를 실시해 건설사 최초로 최고 성능 등급을 인정받았다.

언택트 시대, 비대면 건설 기술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하거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활용해 분양 상담, 채용설명회를 여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롯데건설은 업계 최초로 프롭테크 기업 ‘직방’과 업무협약을 맺고 직방이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폴리스’에 롯데건설 사옥을 건설했다. 고객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로 참여해 직접 모델하우스를 관람하고, 분양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업계 처음으로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장인 ‘엘 타운(L-Town)’에 롯데건설의 시그니처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가상세계를 구현했다. 직무 상담과 설명회, 건설 현장 홍보 영상을 이 가상공간에 담았다. 롯데건설은 향후에도 다양한 행사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국내 아파트 최초로 ‘실내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7월 ‘한화 포레나 영등포’에 처음 도입했으며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아파트 1층 공동현관에 도착하면 상주 중인 배달로봇이 각 가구로 전달해준다. 한화건설은 언택트 시대에 로봇배달 서비스를 통해 입주민들에게 새로운 주거 경험을 제공하고 대면 접촉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유튜브 채널 ‘자이TV’를 통해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실버버튼’을 받은 자이TV는 구독자가 꾸준히 늘며 현재 30만 명을 넘어섰다. GS건설은 자이TV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방문이 제한된 인기 단지의 본보기집을 공개하고, 부동산 투자 요령, 부동산 거래 상식 등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며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도면 기반의 정보 공유·협업 플랫폼인 SAM(Site Camera)을 건설 현장에 도입했다. SAM을 쓸 경우 작업자가 GPS를 활용해 현재 자신의 위치 주변 도면을 바로 조회하고,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현장의 모든 도면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또 현장 담당자는 현장 상황을 본사 및 업체 등과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고, 기술팀 전문가들에게 복잡한 절차 없이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와 품질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친환경, 안전 생각한 ‘ESG 경영’


건설사들은 스마트 기술을 ESG 경영에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가진 기술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건설은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현장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 중이다. 국산 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근무복과 친환경 통근버스 확대 등도 병행하고 있다. 수소 인프라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5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오스테드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 SK에코플랜트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아파트 신평면, 클린에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주거 공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경기 ‘과천 위버필드’ 아파트의 주민 공동시설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을 인증받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 손실은 최소화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언택트 문화, 친환경 등 변화하는 시대와 고객들의 니즈에 발맞춰 다양한 주거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건설#기업#한국#비대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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