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치료제 예산, 필요물량에 크게 못미쳐… 백신처럼 공급부족 우려

이지운 기자 , 김소영 기자 입력 2021-09-08 03:00수정 2021-09-0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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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 378명 기준 예산편성
정은경 “위드 코로나 10월말 검토”
미국 머크(MSD)사의 먹는(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MS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입을 위해 정부가 확보한 예산이 유행 상황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플루 유행 때 ‘타미플루’처럼, 먹는 치료제는 코로나19 상황을 잠재울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머크(MSD)와 먹는 치료제 1만8000명분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168억 원이 여기 투입된다. 머크는 10월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 중인 먹는 치료제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는 머크 치료제 약 1만8000명분 구입이 가능하다. 이는 하루 확진자 378명 기준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당초 4차 유행 이전 상황에서 하루 확진자 550명 기준으로 먹는 치료제 확보를 검토하다 예산 문제로 줄였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는 1709명에 이른다. 7일 오후 9시 현재 신규 확진자 수도 1917명으로 급증했다. 8일 오전 발표될 확진자는 21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백신 1차 접종률은 60%를 넘어섰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회에서 “10월 말 (위드 코로나) 적용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감안할 때 접종률에 상관없이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칫 백신처럼 조기 확보 실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하루 확진자 수를 1000명으로 가정할 경우 먹는 치료제는 하루 200명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7만3000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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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 등으로 내년도 도입 물량 부족이 우려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향후 한국의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경증 환자가 증상 초기에 복용하면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사가 아닌 환자 스스로 복용하는 약이어서 자가 치료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 등장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을 꺾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로나19 백신 부족 재연 막아야
다만 개발 초기에는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백신 도입 초기 계약에 실패하면서 올해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먹는 치료제 부문만큼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이 선구매를 추진하는 미국 머크(MSD)의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올해 최대 생산가능 물량이 1000만 명분 정도로 알려졌다. 주요국은 해당 제품의 선구매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미국은 6월 머크 치료제 170만 명분의 선구매 계약 체결 사실을 공개했다. 비공개된 ‘옵션’을 포함하면 실제 물량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비공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도입도 늦어져 초반에 고생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투자의 개념으로 치료제 구매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9년 신종플루 극복 과정에서는 비축해 둔 타미플루 250만 회분이 큰 도움이 됐다. 6월 현재 한국은 타미플루 및 복제약 1283만 회분을 비축한 상태다.

○ 유효기간 길어 “남을 만큼 도입해야”
다른 전문가들 역시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뮤 변이’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고려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치료제 확보 물량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치료제는 통상 백신에 비해 유효기간이 길어 당장 남더라도 폐기할 일이 없다”며 “혹시 남는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나라의 백신과 ‘스와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먹는 치료제 구매를 위해 책정한 비용은 머크 치료제 선구매 계약 추진에 배당된 추가경정예산 168억 원과 내년 예산안에 책정된 별도 예산 194억 원이다. 이 돈을 1명을 치료하는 데 92만 원이 드는 머크 치료제를 사는 데 전부 쓴다고 가정하면 약 3만8000회분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제약사 제품을 분산 구매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가 머크사보다 저렴하게 치료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머크-화이자-로슈’ 3강…국산도 개발 중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머크다. 올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 신청을 내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화이자, 타미플루를 개발한 스위스 로슈도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5개 업체가 먹는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머크뿐 아니라 화이자, 로슈와도 먹는 치료제 선구매를 협의하고 있고, 국내 치료제 개발 상황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내년 치료제 구매 예산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먹는 치료제 ‘확보 전쟁’에서 한국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다. 머크는 임상 3상에 국내 환자 60명을 포함시켰고, 화이자도 국내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기 위해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약품은 백신보다는 공급 부족 현상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구매를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백신 계약에 비해) 많이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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