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중에도 수법 진화… 보이스피싱의 백신 되길”

손효주 기자 입력 2021-09-08 03:00수정 2021-09-0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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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 영화 ‘보이스’
치밀한 설계 보여주며 경각심
‘150명 콜센터’ 본거지 전경 장관
변요한-김무열 리얼 액션도 한몫
영화 ‘보이스’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전직 경찰 서준(변요한·왼쪽)이 중국 선양의 보이스피싱 본거지 ‘콜센터’에 위장 취업해 기획자 ‘곽프로’(김무열·서 있는 인물)의 통화 내용을 들으며 분노를 참고 있다. CJ ENM 제공
전직 경찰 서준(변요한)은 그날따라 운수가 좋다. 건설현장 반장으로 고생한 끝에 현장감독으로 정식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현장소장의 칭찬도 이어진다. 내 집 마련의 꿈도 눈앞까지 왔다.

운수 좋은 날은 곧 최악의 날이 된다. 서준의 아내가 변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다. 그는 자신이 서준의 친구라며 건설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해 서준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다급하게 전한다. 뒤이어 형사의 전화까지 릴레이처럼 이어지자 당황한 아내는 아파트 중도금 7000만 원을 보낸다. 남편은 그제야 통화가 된다. 이미 돈은 인출된 뒤.

같은 날 현장소장 역시 보이스피싱에 속아 인부들 개인정보를 넘긴다. 인부들이 딸 수술비 등으로 모아둔 돈 30억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서준은 경찰 대신 직접 나선다. 보이스피싱 본거지인 중국 선양 콜센터에 위장 취업하며 ‘원점 타격’을 시도한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제로 다룬 영화. 보이스피싱이 형사물의 일부 소재로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보이스피싱만 다룬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18년 4040억 원에서 지난해 7000억 원으로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그 심각성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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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모두 실제 사례에 기초한 것. 제작진은 2016년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금융감독원, 경찰청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보이스피싱 실체에 파고들었다. ‘변작기’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바꾸는 장면, 자신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수사기관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은행에 확인 전화를 하면 전화에 이미 깔린 악성앱이 작동해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가짜 은행’으로 연결되는 장면 등 수법과 전체 과정은 그래서 매우 디테일하다.

영화는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걸려들 수밖에 없게끔 지능적으로 설계된 수법들을 소개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황해’에서 어설픈 서울말로 뻔한 대본을 읊으며 피해자를 낚던 시대는 오래전 막을 내렸다는 것. 보이스를 제작한 민진수 수필름 대표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중에도 수법이 계속 진화해 2019년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의 본거지 곳곳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0명 안팎이 동시에 전화를 돌리며 하루 종일 덫을 놓는 콜센터 전경은 장관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대본을 쓰는 기획실도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이슈라면 이를 다룬 대본을 만들어 돈을 노리는 식. 기획실 에이스 곽프로(김무열)와 서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도 관람 포인트. 배우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로 현실감 넘친다.

다만 도입부를 10분만 보면 누구나 전개 방향과 결론을 예상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전직 경찰이나 정보기관 요원이 공권력을 대신해 적진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범죄액션물 클리셰를 따라간 부분도 많다. 서준이 아내에게 윙크를 하며 웃는 부분에서 이 클리셰는 절정에 달한다. 변요한의 연기는 과도하게 비장하다. 민 대표는 “새로운 결론에 대한 욕구도 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건도 해결된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예상 가능한 결론을 택했다”며 “이 영화로 관객들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제대로 인지해 피해가 줄길 바란다”고 했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 보이스#보이스피싱 백신#변요한#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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