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日차기 총리 선거와 한일관계는…“누구든 큰 변화 없을 것”

  • 뉴스1
  • 입력 2021년 9월 7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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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1년여 만에 사임하기로 하면서 얼어붙은 한일관계에도 변곡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외교 전문가들은 후임 총리로 누가 되던 당장의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우리나라 역시 내년 초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변화의 시기에 일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로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일본의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해 스가 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었다.

아베 정권에서 4년 6개월가량 외무상을 지냈으며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아베 전 총리가 지향했던 헌법 개정 목소리를 내는 등 여전히 우익 강경 노선을 내비쳤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7~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고노 담당상은 16%를 지지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고노 담당상의 최대 장점은 인지도다. 다른 일본 내 정치인과는 다르게 SNS를 적극 활용하고 일반 국민들과 소통도 많이 한다. 다만, 고노 담당상 역시 외무상으로 지내면서 얼어붙은 한일관계 한복판에 있었고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일본 카메라의 브랜드를 묻는 등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키우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의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자민당 내 반(反)아베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선거에서 높은 차기 총리 적합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실제 지지도가 선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만큼 당내 기반이 약한데 그가 이끄는 ‘이시바파’ 소속 의원은 17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인지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백지상태”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는 높은 인물이기에 출마를 결정할시 파급력은 여전히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그동안 일본과 빚었던 외교 갈등 사안마다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베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도 다크호스다. 그러나 특정한 파벌이 없고 극우 성향 탓에 중도파 의원들의 지지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처럼 차기 총리 후보군에 여러 성향을 가진 인물이 나섰지만 누가 되든 한일 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이 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민당 자체가 심각한 우경화에 빠진터라 누가 후임에 오르더라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권당인 자민당이 한국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되든 한일관계가 극적으로 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누가 후임 총리가 되던간에 한일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일본도 내년에 열릴 우리 대선 결과를 보면서 대응책과 향후 노선을 결정할 측면이 강하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경우 아베 전 총리가 속해있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와 가깝고 이번 스가 총리 사임에서 막후의 역할을 한 아소 부총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노 담당상 역시 아베 노선을 쭉 밟아왔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승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조진구 교수는 “우리 정부가 향후 한일간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에 따라 일본도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있다”며 “다만 우리 정부 역시 임기 마지막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황을 잘 관리해서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 문제가 여전히 꼬여있는 만큼 경제나 통상 부문에서도 당장 변화 조짐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일본 정치권이 내부 문제를 외교와 통상에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총리가 바뀌더라도 당장 새로운 상황이 올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한일관계를 변화시킬 모멘텀 자체가 없고 어느 한쪽의 카드를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경제나 수출 제한, 통상 마찰에서 오히려 급한 쪽은 일본”이라며 “내년 우리나라 대선이 끝난 뒤 미국의 중재가 있다면 모를까 그 전에 변화가 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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