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g 초미숙아 건우, 팔팔이 되어 ‘기적의 퇴원’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9-07 03:00수정 2021-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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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 성장지연 ‘희망없다’ 판정… 서울아산병원 “낳아보자” 제왕절개
생존 국내 초미숙아 중 가장 작아… 망막증 등 이기고 152일만에 집으로
부모, 매주 700km 오가며 모유 전달
288g으로 태어났던 건우가 엄마 이서은 씨(가운데)에게 안긴 채 아빠 조필제 씨(왼쪽)와 주치의 김애란 서울아산병원교수와 함께 3일 퇴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낳아야 클 수 있는 아이입니다. 한번 낳아 봅시다.”

임신 24주차 임신부 이서은 씨(38)와 남편 조필제 씨(39)가 올 3월 경남 함안군에서 상경해 찾아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들은 말이다.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배 속의 아기는 ‘자궁 내 성장 지연’이 심해 지나치게 작았다. 자궁 내 성장 지연은 태아가 임신 주수에 걸맞은 성장을 못하는 증상이다. 24주차에 600∼700g이어야 하는 아기 몸무게는 200g대에 불과했다. 찾아가는 병원마다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울며 잠들던 이 씨는 “낳아 보자”는 정진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는 작았지만 손가락만큼은 주수에 비해 긴 것이 의료진 눈에 띄었다. 정 교수는 “더 클 수 있는데 영양 공급이 되지 않아 작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태어나는 신생아의 약 10%가 자궁 내 성장 지연을 겪는데, 원인은 임신 중독증, 염색체 이상, 태반 문제, 감염 등 다양하다. 이 씨의 아기는 자궁 내 환경이 불편해 성장이 더뎠던 경우라 아기를 낳아 의료진이 키우기로 결정했다.

4월 4일 제왕절개를 통해 건우가 태어났다. 24주 6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건우의 몸무게는 288g, 키는 23.5cm였다. 보통 3kg 안팎인 다른 신생아에 비해 10분의 1 무게에 불과했다. 건우는 생존한 국내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 중 가장 작은 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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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은 인큐베이터 안의 작은 건우를 ‘팔팔이’라고 불렀다. 출생 당시 몸무게인 ‘288’을 뒤집어 건강해지라는 마음에서 붙인 애칭이었다. 입원 기간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까지 의료진과 함께 씩씩하게 이겨낸 건우는 다른 아기들이 엄마 배 속에서 자라는 것처럼 인큐베이터 안에서 쑥쑥 자랐다. 대동맥과 폐동맥을 연결하는 동맥관이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는, 이른둥이들의 대표적 합병증인 동맥관 개존증은 동맥관이 저절로 닫히며 무사히 넘겼다. 출생 4개월 후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퇴원 직전에는 몸무게가 2kg을 넘어섰다. 마침내 출생 후 152일이 지난 이달 3일 건우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의료진은 건우가 작은 몸으로 이뤄낸 이 기적을 ‘모유 수유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주치의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이른둥이에게 모유는 최고의 약이다. 분유에 없는 면역 성분과 성장호르몬이 있어 감염 예방 등에 탁월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 씨와 아버지 조 씨는 건우에게 모유를 전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경남 함안에서 서울까지 왕복 700km 거리를 오갔다. 오전 3시 조 씨가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면 차 안에서 이 씨가 젖을 짜냈다. 이 씨는 “건우가 처음에는 저를 낯설어하더니 이제는 제 손가락을 꽉 잡고 모유를 먹는다”며 “기적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른둥이#초미숙아#기적의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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