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 총리에 고노 부상…자민당 간부들은 “절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6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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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뉴시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뉴시스
일본의 새 총리감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을 꼽는 일본 국민이 늘고 있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추진력 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고노 담당상이 총리 자리에 오르려면 자민당 간부들의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이 4, 5일 실시해 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적합한 정치가에 고노 담당상이 2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했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21%),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12%) 순이었다. 교도통신이 4,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은 고노(31.9%), 이시바(26.6%), 기시다(18.8%) 순이었다.

고노 담당상에게는 두 가지 운이 따르고 있다. 우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곧 총리로 선출되는데 스가 총리가 재임을 포기한 것이다. 만약 스가 총리가 총재 선거에 출마하면 스가 내각 일원인 고노 담당상은 출마하기 힘들다. 고노 담당상의 출마 길이 열리자 국민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고노 담당상은 이시바 전 간사장과 총리 후보로 1, 2위를 다퉜으나 스가 총리가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3일 이후 1위로 치고 올라서는 분위기다. 고노 담당상은 이번 주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운은 총재 선거 직후 중의원 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이다. 지역구 기반이 약한 1~3선 의원들은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인물이 총리가 되길 원한다. 이 때문에 총재 선거에서 젊은 의원들의 지지가 고노 담당상으로 쏠릴 수 있다.

고노 담당상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위터 팔로우 수가 236만 명을 넘는다. 일반인의 트윗에도 적극적으로 답하며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단독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불통’, ‘설명 회피’ 이미지가 강한 스가 총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1996년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된 고노 담당상은 이후로 줄곧 “일본 총리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말해왔다. 중의원 의원 당선 동기인 스가 총리도 고노를 ‘미래 총리감’으로 추켜세웠다. 요미우리는 5일 “스가 총리는 총재 선거와 관련해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없지만, 고노 씨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라며 “총리와 가까운 무파벌 의원 상당수가 고노 씨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노 담당상은 자민당 간부들의 신뢰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3일 고노 담당상은 자신이 속한 아소파(의원수 53명)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면담하며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혔지만 아소 부총리는 “알았다. 찬성하지 않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파벌 차원에서 고노를 지원할 의향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노 담당상은 자민당 당론과 맞지 않는 탈(脫)원전, 여성 일왕 검토 등을 주장해 자민당 간부들 사이에서는 “고노의 출마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자민당 총재는 국회의원과 당원 표를 합친 766표 중 과반을 얻어야 당선되는데, 주요 파벌 수장들이 다른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도록 파벌에 지시하면 국민적 인기가 높아도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 스가 총리가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민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투표할 정당을 묻자 42%가 자민당을 뽑았는데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올랐다. 정당 지지율도 이전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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