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숨진 美 카불 공습, 오폭 논란… “발사 후 민간인 존재 확인”

이은택기자 입력 2021-09-06 13:37수정 2021-09-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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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미군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감행한 드론(무인항공기) 공습으로 민간인 10명이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미 국방부(펜타곤) 내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펜타곤의 예비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 공습한 차량에 테러용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미군이 갖고 있지 않다고 5일 보도했다. 미국이 드론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야 차량 주변에 민간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펜타곤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오폭(誤爆)’ 논란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NYT는 펜타곤이 작성한 당시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 NYT는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차량에 카불 국제공항을 겨냥한 테러용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당시 공습 전후 상황과 공습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NYT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은 차량 운전자와 그 친구, 가족 등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그 중 7명이 어린이다.

NYT는 보고서를 인용해 공습 당시의 상세한 전후 상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펜타곤은 도요타 코롤라로 보이는 흰색 세단 차량이 카불공항 북서쪽에서 5㎞ 떨어진 지점의 한 건물에서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 미군은 현지 정보원, 도청 내용, 미군 정찰기가 확보한 정보들을 종합해 이 건물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의 은신처이고, 테러를 계획 중인 조직원들이 숨어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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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정보분석가들은 IS-K가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려 최소 170명을 숨지게 만든 테러 이후 추가 테러를 계획 중이라는 내용의 통신 메시지를 확보했다. 그 와중 발견된 흰색 코롤라 차량의 이동은 미군의 시선을 끌었다.

29일 오후 4시 이 차량은 공항 남서쪽에서 8~12km 가량 떨어진 건물로 들어갔다. 운전자와 남성들이 매우 무거워 보이는 짐들을 트렁크에 싣는 모습도 미군이 포착했다. 이 차량은 다시 건물을 빠져나와 오후 4시 45분경 공항 서쪽 2.5km 지점의 다른 건물 안뜰로 들어갔다. 미군은 차에 실린 것이 테러용 폭탄이라고 판단하고 4시 50분 드론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쐈다.

NYT는 “현재까지도 차 안에 폭발물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군의 보고를 받은 펜타곤 관계자들도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폭탄이 실렸을 가능성’을 토대로 공습을 감행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공습 전 주변 상황을 미군이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NYT가 인용한 보고서 따르면 당시 드론 조종사와 정보 분석가는 공습을 감행하기 몇 초 전에 목표 차량이 주차된 안뜰을 감시 장비로 매우 짧은 시간 서둘러 스캔했다. 그리고 민간인이 없다고 판단해 공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드론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이 목표물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미사일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비로서 민간인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찰했다면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미국은 공습 직후 차량 트렁크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발표했으나 이 또한 여전히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군 당국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1차 폭발 뒤에 일어난 2차 폭발을 일으킨 것이 차량의 연료 탱크가 아니라 폭발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공습 직후 미군은 IS-K 조직 내 대화가 중단된 것을 도청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지상군이 철수한 뒤에도 드론 등 공중 병력으로 IS 세력에게 보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 CNN은 이번 드론 공습과 민간인 사망 사건이 지상군 없이 진행되는 작전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국 정보분석가는 “미군이 현지인과 협력했다면 차량에 미사일을 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 CNN에 말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영토를 장악한 이상 이제 아프간 영공에서 활동하는 미군 드론은 인근 국가에서 이륙해야 한다. CNN에 따르면 드론이 비행하는 시간 중 60%는 아프간 영공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데 든다. 순수하게 아프간 영공을 정찰하고 정보를 모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직 미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드론은 매우 세련돼 보이지만 정보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 관련자가 누구라는 것, 그들이 언제 어디로 올 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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