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하듯 조직문화 검사로 불안감 줄여라[Monday DBR/이경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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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동기 중 많은 경우가 불안과 연관돼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또 불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성마른 화를 내기도 하고, 위축돼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불안은 사람들이 가장 언급을 적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특히 조직에서 “나는 지금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구성원이나 리더를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불안은 자신이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종종 다른 감정으로 위장돼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다. 지나친 성실성, 규칙에 대한 집착,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상대에 대한 불신 같은 다양한 모습의 기저에 공통적으로 불안이 자리한다.

불안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를테면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갖게 되는 불안은 더 완벽하고 꼼꼼하게 일을 준비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 해를 미칠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예컨대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생존 본능을 활성화시킨다. 불안한 개인은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소보다 더 애쓰고, 생존에 필요한 외부의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더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혹독하게 다그치게 된다. 또 불안은 리더로 하여금 새로운 일을 과감하게 시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조직에 불안한 개인이 많아지면 연대를 통한 협력보다는 내 부서, 내가 맡은 일, 내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증가해 과도한 경쟁, 협력의 부재, 이기주의적 행태가 늘어날 수 있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진 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인 및 조직의 불안 강도가 모두 높아지고 있다. 불안을 관리하는 첫 번째 원칙은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은 피하려 할수록 더 커지는 속성이 있다.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수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불안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최악까지 생각해 본 후 그 상태와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잘게 쪼개 하나씩 시도해 본다. 그렇게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이면 더 큰 문제를 감당할 자아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 세 번째로 자신에게 연료가 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등 정서적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평소 꾸준히 갖게 되면 과도한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

불안한 개인을 돕기 위한 조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겉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를 잘 감당해 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기적 성과만을 보고 구성원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그들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조직적 차원에서 심리적 상태에 대한 관찰, 진단,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 즉, 직원들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 기회를 제공해 신체적 질병을 미리 찾아낼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불안과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검진 및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구성원들의 정신적 어려움이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 조직이 현재 전반적으로 어떤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 불안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어디인지 전반적인 조직문화 검사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직적 개입이 불안, 번아웃, 이직률을 줄이고 일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27호에 실린 글 ‘피하려 하면 더 커지는 것이 불안감, 조직에서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줘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 전문의) kmlee@mindroute.co.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조직문화 검사#건강검진#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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