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낙태금지법 美논쟁 격화…공화당측 모방법 추진에 여성단체 반발

뉴스1 입력 2021-09-05 13:04수정 2021-09-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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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 News1
미국 텍사스 주(州)의 낙태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미국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텍사스 주의회에선 올해 봄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낙태금지법을 통과시켰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5월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낙태권 옹호 단체는 연방대법원에 텍사스 주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같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연방대법원이 법 시행의 길을 터주면서 미국 낙태권을 둘러싼 찬반 단체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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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 낙태금지법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연방대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

텍사스 주의 낙태금지법은 의료상 긴급상황을 제외하고 성폭행이나 근친상간까지 포함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했다.

또 주 정부가 직접 단속하지 않는 대신 일반 시민이 불법 낙태를 시술하거나 이를 방조한 모든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텍사스 주에선 임신 6주 이후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을 경우 병원 의료진뿐만 아니라 낙태 여성을 도운 단체 등도 소송 대상이 된다.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인 임신 23∼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1973년 1월 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례와 배치된다.

이를 의식한 듯 미 연방대법원은 이번 결정은 시행 금지를 요구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각이지, 텍사스 주법 자체의 합헌성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본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 낙태 찬반 둘러싼 논쟁 달아올라…공화당 주, 낙태금지법 도입 가능성

연방대법원의 결정 이후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간 낙태 제한과 금지를 주장해 왔던 공화당측과 낙태 반대 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장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있는 보수 성향 주들은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을 모방한 주법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가 불법 낙태 단속의 주체를 주 정부가 아닌 시민으로 규정함으로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피해갔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이와 비슷한 법안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따르면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아칸소와 사우스다코타 등의 공화당 인사들은 텍사스 주의 낙태금지법을 모방한 법의 시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 주를 포함해 켄터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오하이오 등 최소 7개 주에서 텍사스와 같은 낙태금지법을 검토하거나 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적 개인의 행동권을 통해 이 일을 해냈다. 그래서 우리는 살펴봐야 할 것 같고, 저는 이것을 좀 더 의미 있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슨 래퍼튼 아칸소주 연방상원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의 주에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을 반영한 법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가능성이 언급되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사무실에 “가장 강력한 낙태 반대법을 갖기 위해 새로운 텍사스 주법과 현재 사우스다코타의 법률을 즉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 바이든 “낙태금지법, 거의 비미국적”…펠로시 “여성건강보호법 표결”

이와 달리 낙태권을 옹호해 왔던 민주당과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여성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자신은 ‘로 대 웨이드’ 판례의 강력한 지지자라면서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은 “터무니없다”, “거의 비미국적”이라고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성정책위원회와 백악관 법률고문실은 물론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법무부가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선택권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 연방하원 의장은 하원이 이달 말 재개되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성문화하기 위한 여성건강보호법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중절권획득운동연맹(NARAL)은 백악관이 해당 법안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은 다른 주들이 텍사스의 전철을 밟지 못하도록 이 중요한 법안에 대한 약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우위인 하원과 달리 ‘50 대 50’인 상원에선 해당 법안 통과까지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더힐은 전했다.

‘여성 행진’이라는 낙태권 옹호 단체는 내달 2일 50개 주 전역에서 텍사스 법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집회에는 여성권과 낙태권 옹호를 주장해온 90여 개 단체가 함께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 텍사스 현지법원, 낙태반대 단체 소송 일시 차단 명령

이런 가운데, 텍사스 법원은 낙태 반대 단체가 낙태 시술 의료진과 옹호 단체를 겨냥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일시 차단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텍사스주 트래비스 카운티의 마야 게라 갬블 판사는 지난 3일 텍사스 주의 최대 낙태 반대 단체인 ‘라이트 투 라이프(Right to Life)’는 이번주부터 시행된 낙태금지법 요건에 따라 낙태 옹호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를 상대로 고소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명령을 내렸다.

갬블 판사는 낙태금지법 때문에 의료진과 옹호 단체 등이 소송을 당하면 “적절한 구제책이 없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와 직원들, 환자들에게 최소한 일시적으로 “개연성이 있고, 회복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해당 명령의 범위가 좁은 데다 다른 낙태 반대 단체들이나 ‘라이트 투 라이프’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해당 명령은 오는 17일 만료된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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