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 성적농담까지… ‘소시오패스’ 상사 밑에서 살아남기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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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마사 스타우트 지음·이원천 옮김/392쪽·1만7800원·사계절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의 저자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교묘하게 타인을 조종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때로는 소속 집단에서 매우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주부터 새로운 부서로 출근하게 된 당신. 그곳에서 만난 상사에게 일주일 만에 질려 아침마다 출근길이 고통스럽다. 상사는 제멋대로 지시를 바꾸고는 “말귀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듣냐”며 도리어 당신을 탓하기도 하고, “이걸 볼 때마다 지시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는 걸 상기하라”며 요상한 팔찌를 채우기도 한다. 대뜸 다가와 성적 매력을 뽐낸 적도 있다. 지시가 부당하게 느껴져 한번은 “이 팔찌를 차고 싶지 않다”고 저항해 봤지만 “내가 너에게 팔찌를 하고 싶은지 아닌지 물어봤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상사가 싫어서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 책의 저자라면 아마도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는 조언을 보낼 것이다. 질타가 아닌 응원과 지지의 의미에서다. 저자는 “소시오패스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25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라는 경고를 보낸다. 책은 교묘하게 남을 조종해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심리를 파탄시키는 소시오패스들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숙지해야 할 지침서다.

소시오패스는 ‘양심과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양심은 있는 나르시시스트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소시오패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시오패스를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길 원하며 체포되거나 감옥에 가는 걸 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도덕적으로 부정한 행위도 사람들에게 지적받지 않을 범위 내에서 저지른다. 많은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를 치명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자일 거라 생각하지만 오해다. 그런 폭력적인 소시오패스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우리의 삶을 가지고 잔인하게 심리적, 정치적 게임을 벌이는 위험한 거짓말쟁이나 심리 조종자일 가능성이 많다.

소시오패스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의 7가지 심리나 행동 중 그가 몇 개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자. △타인을 조종하기 위한 조작 △기만 △타인의 문제에 냉담 △빈번한 적대 △의무 및 약속에 대한 무책임 △충동적 행동 △불필요한 위험 감수. 이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그를 소시오패스로 규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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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소시오패스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도망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천성 자체가 다른 소시오패스를 변화시킬 묘안 따위는 일반적인 수준의 양심과 공감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상사나 가족처럼 관계를 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 소시오패스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우리의 목적이 소시오패스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면에 드러난 목표 이외에 또 다른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가령 소시오패스 직장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하나의 서류가 있다면 그가 고약하게 굴 경우를 대비해 두세 개의 선택지를 만들어두는 식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와의 싸움은 전투에서 패배해야 승리하는 전쟁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소시오패스한테는 도망치거나 져 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는 걸까? 그는 소시오패스에게 단 하나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내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그를 낙담시키고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존엄이다. 누군가의 교묘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스스로의 판단능력과 인격을 의심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 책을 통해 훼손된 영혼을 치유하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소시오패스#상사#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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