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대신 복수해드립니다, 합법적으로”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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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요나스 요나손 지음·임호경 옮김/524쪽·1만5800원·열린책들
늦은 밤 윗집의 쿵쿵대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 찾아가 조심해달라고 부탁해도 소음이 줄어들지 않을 때, 한 번쯤은 복수를 꿈꾼다. 결국 소심하게 천장을 막대로 쿡쿡 찌르거나 베란다를 통해 윗집에 욕을 내뱉어본다. 효과가 없더라도 잠깐은 마음이 후련하다.

스웨덴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인 저자는 누구나 생각해본 복수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저자 특유의 접근 방식이 이번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저자는 이웃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친구의 복수 계획을 세워주다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소설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후고 함린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세우고 일어나는 일들을 풀어낸다. 이 회사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자잘한 다툼들의 복수를 합법적 방식으로 대신해주며 수익을 올린다.

후고의 회사에 들어온 의뢰 중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이 많다. 미국으로 잠시 떠나 있는 열여섯 살 스웨덴 소녀의 택배를 맡아주지 않은 편의점 점장에 대한 복수, 훈련 중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징계를 내린 축구팀 코치에 대한 복수 등을 유쾌하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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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하나하나 처리해가던 후고의 회사에 케빈 음바티안과 옌뉘 알데르헤임이 찾아온다. 이들은 네오나치즘에 젖어 흑인과 유대인을 싫어하고, 상류층과의 교류를 위해 미술관에서 일하던 미술품 거래인 빅토르 알데르헤임에 대한 복수를 의뢰한다.

이들이 복수를 준비하며 발생하는 우여곡절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소설 속에는 흑인 모델을 개성 있게 묘사한 최초의 백인 화가라는 평가를 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표현주의 화가 이르마 스턴(1894∼1966)의 작품 세계도 녹아 있다. 현대 예술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복수의 개념에는 유머러스한 요소도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창의적인 복수를 보며 웃고 있으면, 잠시나마 팬데믹으로 무기력한 일상을 잊을 수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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