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태권청년’ 주정훈, 약속 지킨 동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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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패럴림픽]처음 열린 정식종목 나홀로 출전
한번 졌던 상대, 패자결승서 눌러
“키워주신 할머니께 커다란 선물”

‘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사진)이 “할머니와 부모님께 꼭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주정훈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남자 75kg급 3, 4위전에서 마고메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24-1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이날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이살디비로프에게 31-35로 무릎을 꿇으면서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다. 2연승으로 패자 결승전에 오른 주정훈은 ‘리턴 매치’에서 이살디비로프를 물리치면서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고, 주정훈은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에 나갔다.

주정훈은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쪽 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주정훈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지만 할머니를 찾아뵙고 ‘할머니 덕분에 세계에서 3등을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처음 태권도로 이끌어 주셨고 (2011년 비장애인 선수 생활을 접은 뒤 2015년 장애인 선수로)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를 주신 부모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남들로부터 동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면서 “(3년 후) 파리 패럴림픽 때는 꼭 금메달을 따서 더욱 자랑스러운 손자와 아들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도쿄 패럴림픽#태권도#주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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