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합의에 뿔난 의협…의사·간호사 단체 대립 격화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3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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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교섭의 극적 타결로 의료계 총파업은 철회됐지만 의료계 안에서는 이번 합의가 새로운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가 합의안에 포함된 ‘의사 증원’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고, 의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의 대립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양측은 의정 및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역, 공공, 필수분야에 적당한 의사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진료환경과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공의사인력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포함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은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노정 합의문은 지난해 의협이 총파업을 끝내면서 정부와 체결한 9·4 의정 합의를 위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이전의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증원 등의 사항을 합의문에 포함한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우리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명시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을 의정협의체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시도한다면 결국은 파국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에는 보건의료인 7만70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조합원 중 60% 이상은 간호사이고 의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문에는 의사 단체보다는 간호사 단체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의협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가 지난 8월 3일 예고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별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문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맡게 돼 있다.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를 규정해달라는 요구는 그동안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해왔던 사항이기도 하다. 노조와 간호계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무면허 의료 행위 문제의 본질은 의사 부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노정 합의문에도 의사와 진료지원인력의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2023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의사의 면허 범위를 침범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의료법 제2조에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돼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해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개정안은 상위법인 의료법의 내용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려 하고 있다”며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의료법상 간호사이므로 의료법에 명시된 ‘진료의 보조’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간협은 의협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간협은 “의협은 전문간호사의 업무 중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는 내용에 대해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동일한 문구로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진료에 필요한 업무)에 대해 의사-간호사 업무관계에 있어 협력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업무 영역의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고 강조했다.

간협은 의협의 주장대로 업무 범위를 정한다면 의사 인력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간협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불법 진료 문제는 진단, 처방, 진료를 수행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의협은 마치 정부와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전문인력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의협은 ‘의사의 고유업무이니 의사만 진료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고려할 만한 정책 의제가 되려면 최소한 지금의 활동의사 수 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의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의 대립은 장외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임원진들의 1인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간협은 오는 13일까지 복지부 앞에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를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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