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1㎝ 물폭탄…뉴욕 주지사 “하늘이 열린 줄 알았다”(영상)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9-03 13:55수정 2021-09-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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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북동부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뉴저지와 뉴욕주 등을 중심으로 40여 명이 숨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고 정전 피해가 잇따랐으며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마비됐다. 미 남부에 상륙한 허리케인의 희생자가 뒤늦게 북동부에서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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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저녁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폭풍우로 인해 미 북동부 지역에서 최소 4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자는 뉴저지와 뉴욕주에 집중됐으며 뉴욕주 사망자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 사는 아파트 지하층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역대급’ 폭우가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1일 하루 동안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7.13인치(약 18.1cm)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의 1927년 3.84인치(9.8cm) 기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의 거리로 쏟아졌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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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는 고속도로가 범람하고 폭우가 도시의 지하철 선로로 쏟아져 내렸다. 이로 인해 뉴욕 지하철은 2일 오전까지 많은 노선이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 했다. 발이 묶인 승객들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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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뉴욕시 동부 퀸스 등에서는 불어난 물이 아파트 단지 지하층으로 떨어지면서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나 저소득층 등 수만 명의 주민들은 뉴욕의 엄청난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지하층이나 안전 기준을 갖추지 못한 불법 주거지에 살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 홍수 상황
퀸스의 한 아파트 지하층에서는 48세 여성이 유리문을 깨고 들어온 수심 2m의 물에 갇혀 결국 숨졌다. 빌딩 관리인은 “그녀가 계속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러서 우리가 도우러 갔지만 수압이 너무 강해서 구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역 주민들은 퀸스 도로의 홍수 범람에 대해 수년 전부터 당국에 민원을 넣어왔다고 말했다. 미 북동부 지역에는 원래부터 허리케인이 자주 지나가며 피해를 줬지만 이 정도로 사망자가 불어난 것은 당국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보통 허리케인은 육지에 상륙하고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파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아이다가 지난달 29일 상륙했던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 인근은 사망자가 아직까지 10명 미만으로 집계된 반면, 상륙한지 4~5일이 지난 허리케인을 맞은 북동부 지역은 오히려 희생자 수가 대폭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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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멕시코만의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가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를 만들었고, 육지를 이동하는 중에도 높은 기온이 아이다에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이례적인 폭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00여 명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발간하는 미 국립기후평가(NCA) 보고서는 “미 전역에서 폭우 현상이 점점 더 많이 관찰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육지와 해양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후변화는 허리케인으로 하여금 더 많은 비와 더 큰 폭풍을 동반하게 하고 있다”면서 “아이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런 현상은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더 흔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피해 지역에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허리케인 아이다와 서부 지역 산불, 뉴욕과 뉴저지주의 전례 없는 홍수는 우리에게 기후 위기가 왔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 역시 방송에서 이번 폭우에 대해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가 현실이 됐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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