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안막으면 엉뚱한 결과” vs “레이건도 상대당 표로 당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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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역선택 경선룰 전쟁’ 점입가경
尹-崔측 “역선택 막아야 정권교체”
洪-劉측 “역선택 아닌 교차투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 여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내전’ 수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준석 대표가 2일 “경선룰을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역선택 방지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선거관리위원회에 힘을 실어줬지만, 각 후보 캠프는 이날도 “파국을 맞이할 것” “억지 주장” 등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역선택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이제 역선택이 낯선 개념이 아닌 만큼 이번 경선에서 역선택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정권교체 의사 무시” vs “레이건, 교차투표 당선”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은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의 개입을 막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경선 여론조사에 넣자”는 입장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40세대, 호남 등 여권 지지층의 야권 후보 지지율이 윤 전 총장보다 홍준표 의원이 높게 나오는 추세를 경계하는 것.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다른 당 지지층의 지지는 역선택이 아니라 30%대 당 지지율을 넘어설 수 있는 중도 확장성을 뜻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경선준비위원회의 안을 수정하고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결론을 신속하게 내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역선택 공방’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다면) 정권교체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의 의사가 결국 무시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확장성을 얘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고, 억지에 가까운 얘기”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2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홍준표 의원은 2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홍준표 캠프 제공
반면 홍 의원은 ‘레이건 데모크라트’(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원) 현상을 근거로 “레이건도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 지원을 대폭 이끌어내 두 번이나 대통령에 수월하게 당선됐다”며 “A당을 지지하면서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라 교차 투표”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여당 지지층의 지지를 더 받은 오세훈 후보가 본선에서도 압승한 것을 거론하며 “그런 것을 역선택이라 하지 않고 확장성이라고 한다”고도 했다. 유승민 캠프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은 CBS 라디오에서 “판을 깨고자 한다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과학적 입증 안 돼” vs “이번 경선은 달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역선택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역선택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큰 비중은 아니다”라며 “역선택의 방향성이 꼭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볼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가설은 존재하지만 정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여당이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지령을 내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여론조사 응답에서 효과가 날 텐데,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선택 주장 자체가 “유권자를 ‘모사꾼’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역선택이 무엇인지 널리 알려진 만큼 여론조사 과정에서 여권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역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윤석열 캠프 장예찬 청년특보는 “정치 뉴스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선택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 어느 선거보다 역선택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최초의 선거가 됐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판단한다”며 “친문(친문재인) 쪽에서 몇 백 명만 동원해도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논쟁 중인 역선택이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지지층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여권 후보가 유리하게끔 본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야권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를 뜻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국민의힘#역선택#경선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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